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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아이를 둔 박정윤(40)씨는 요즘 아이에게 읽힐 역사책을 고르느라 바쁘다. '3ㆍ1절'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아이들이 태반이라는 뉴스를 보면서 혹시 박씨의 아이도 이에 해당되지 않을지 불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없이 많은 책 중 어떤 책을 선택할지에서부터 어떻게 책을 읽혀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최근 학부모들의 한국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한국사가 지난해 고교 필수 과목으로 지정된 데 이어 최근에는 수능 필수 과목으로까지 거론되기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한국사를 외워야 할 것들이 많은 어려운 암기과목으로만 인식하며 기피하고 있다.
허희정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연구원은 "아이들이 역사를 어려운 과목으로 손꼽는 이유는 암기해야 하는 정보가 방대하기 때문"이라며 "일화나 인물 관련 역사책을 선택해 아이들이 당시 시대적 상황을 이야기처럼 이해할 수 있도록 역사학습을 하면 자연스럽게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먼저 역사책을 선택할 때는 아이의 수준과 흥미를 고려해야 한다.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딱딱하고 양이 많은 역사책보다는 당시의 시대상을 대표하는 인물의 전기를 읽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사건들 사이에 숨어 있는 인과관계를 하나의 줄거리로 엮은 인물의 전기가 담긴 동화책을 반복적으로 읽다 보면 억지로 외우지 않아도 주요 사건의 내용을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많은 어린이들은 삼국시대나 고려시대ㆍ조선시대에 비해 근ㆍ현대사를 특히 어려워하는데 이는 알아야 할 배경지식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ㆍ현대사의 대표적인 사건인 4ㆍ19혁명과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내용을 먼저 읽혀 당시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 뒤 대표적인 인물의 전기를 읽히는 방식을 추천한다. 기존의 역사 교과서를 통해서는 모든 정보를 단편적으로만 접하지만 이렇게 일화나 인물을 중심으로 하는 동화책을 이용하면 사건 하나하나가 연계성을 갖게 돼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역사 속 인물의 전기는 각 학년의 수준에 맞게 다양한 버전으로 출판돼 있다. 부모는 아이의 수준과 좋아하는 일러스트 스타일 등을 고려해 책을 선정하면 된다. 처음에는 쉽고 흥미로운 책을 선택하다가 아이가 역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 차근차근 난이도를 높이는 방식을 추천한다. 부모는 아이에게 역사적 지식 자체를 가제로 주입시키기보다는 아이가 당시 시대 모습을 짐작해 볼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흥미를 유발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책을 읽은 후에 독후활동은 필수다. 독후활동을 할 때는 먼저 인물의 인생과 인물이 속한 시대상, 주변 국가와의 관계, 그 국가의 문화와 생활을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안중근의 전기를 읽은 아이에게는 안중근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났으며 안중근이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도록 해야 한다. 안중근이 살았던 당시 우리 나라와 주변국과의 관계가 어떠했는지와 당시 생활과 문화에 대해서도 파악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다음으로는 파악한 내용에 대해 말하기나 쓰기 등의 독후활동을 하도록 해야 한다. 이때 또래 친구들과 그룹을 짜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면 자연스럽게 토의ㆍ토론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역사 속 인물 인터뷰나 직접 현장을 방문하는 체험 학습 등의 활동을 이용하면 역사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높일 수 있다.
활동 후에는 느낀 점이나 궁금했던 점 등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면 좋다. 이런 습관은 글쓰기 실력과 사고력을 키워줄 뿐 아니라 나중에 포트폴리오로 활용할 수 있어 긍정적이다.
보고서 방식으로는 역사 신문을 추천한다. 학습내용을 직접 작성하고 타인에게 전달하는 과정을 통해 공부한 내용을 자연스럽게 복습할 수 있어 바람직하다.
체험학습을 했다면 역사 지도를 만드는 것도 좋다. 역사지도는 예전에 있었던 일을 지도에 표시하는 것으로 과거의 역사적 사실의 위치나 분포 등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는 지도를 만들면서 고장의 옛 이름이나 사건이 일어난 장소를 배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