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의무보험 피해 전액 보상

■ 보험업법 개정안 공청회정부가 마련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파산한 손해보험사의 부실을 다른 보험사로 전가시켜 동반부실을 야기할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선의의 계약자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또 보험업법이 바뀌어 생ㆍ손보사 모집인들이 모든 보험상품을 함께 판매(교차모집)할 경우 고객정보의 유출과 악용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11일 전국육상운송사업자들의 공청회장 점거로 무산돼 25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다시 열린 '보험업법 개정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은 국내 보험업계 여건과 특수성을 감안해 보험업법을 개정해야 하며 정부가 내놓은 개정안 중 일부는 철회되거나 상당 부분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의무보험 피해자 전액보상, 보험사 도덕적 해이 유발 정부가 보험업법 개정안에 의무보험을 판매한 보험사가 도산하더라도 나머지 보험사가 예금보험 보장한도를 초과한 피해액을 책임지도록 한 것에 대해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부실 손보사의 도덕적 해이를 심화시킬 수 있다"며 "손보사가 예금보험제도하에 있는 만큼 예금보험만으로 보장을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재욱 금융연구원 박사도 "보험사 입장에서 심각한 도덕적 해이 문제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며 "보험계약자 보호를 위해 공공기관과 민영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해 사전갹출 방식을 동원하는 나라는 전세계적으로 단 한곳도 없다"고 꼬집었다. 황해선 삼성화재 상무는 "피해자당 보장한도를 설정한 후 일부 손해를 손보사가 공동분담하고 장기적으로 예금자보험제도와는 별도의 '보험보증기금'제도 운영을 검토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 신규진입 완화, 과당경쟁 초래 보험업 신규진입 완화에 대해 업계측 토론자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오익환 교보생명 전무는 "보험사 설립자본금을 낮춰 신설 보험사가 난립하게 되면 출혈경쟁이 우려된다"며 "자본금 요건 완화는 기존 보험사가 지급여력기준을 100%까지 강화하는 오는 2004년 3월 이후까지 유예돼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오 전무는 또 생ㆍ손보 모집인들의 교차판매 허용과 관련해 "모집인들은 상대적으로 수당이 높은 상품만을 집중적으로 판매하게 돼 소비자들의 불만과 모집질서 혼탁이 예상되며 특히 비전문 설계사들이 상품정보를 확실히 전달하지 않은 채 판매하는 '불완전 판매'가 늘어나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유사보험 감독, 농협ㆍ우체국부터 농협공제와 우체국보험, 이밖에 육상운송공제 등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유사보험의 감독 단일화에 대해 재경부는 일단 공청회 의견과 관련 정부부처 협의를 거쳐 개정안에 포함시키겠다며 한발 물러선 자세를 취했다. 이와 관련, 정재욱 박사는 "유사보험에 대한 감독강화는 보험산업의 균형적 발전과 보험계약자 보호를 위해 바람직하다"며 "도입 초기 혼선을 막기 위해 우체국보험, 농협공제 등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공제를 우선적인 감독대상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보험개발원 권한확대 반대 보험개발원의 권한확대에 대해서도 토론자들은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김상조 교수는 이와 관련, "사실상 보험회사의 이익단체인 보험개발원의 권한을 확대하는 것은 보험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판매 후 보고되는 상품의 실질적인 감독을 보험회사 이익단체인 요율 산출기관에 맡기는 것은 규제대상인 보험업계에 규제권한을 위임하는 것으로 상품 심사가 소비자의 권익보호보다는 보험업계의 이익보호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이밖에 보험사의 사금고화 방지와 관련, "보험사가 대주주에게 자기자본의 100%까지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데 이것은 대주주 자산의 출자금액 이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것으로 한도를 대폭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욱 박사 역시 "대주주에 대한 자금지원 기준을 총자산에서 자기자본으로 변경한 것은 보험사 건전성 유지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태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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