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상반기에 흑자를 낸 일부 은행들이 연말 결산에서 흑자폭이 줄더라도 의무비율 이상으로 최대한 대손충당금을 쌓아 내년의 수지악화 부담을 덜 방침이다.은행의 이같은 결산 방향은 흑자규모를 실제보다 부풀리기 위해 분식결산까지 동원했던 과거의 사례에 비춰보면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최근 가결산을 마친 결과 올 회계연도에 1천3백억원 가량의 당기순이익을 얻을 것으로 추정됐으나 이를 모두 당기순이익으로 반영하지 않을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대신 금융당국이 정한 의무 적립비율 이상으로 부실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쌓아 올해 당기순이익 규모를 1천50억∼1천1백억원 수준으로 맞출 계획이다.
이는 내년에도 기업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부실위험이 여전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합병 이후 첫 회계연도인 만큼 양호한 수지 실적을 내기 위해서라도 미리 부담을 덜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한미은행은 지난 상반기에 49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데 이어 하반기에도 흑자추세가 계속되고 있으나 올 결산때 흑자폭을 상반기의 500억원 수준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한미은행도 이번 결산에서 의무비율 이상으로 최대한 대손충당금을 쌓거나 장기악성채권을 털어내고 상각시키기로 했다.
주택은행도 당기순이익 규모에 상관없이 대손충당금 등 각종 충당금 확충에 적극 나선다는 원칙아래 결산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자산건전성 기준은 점차 강화될 추세이고 내년에는 구조조정을 끝낸 은행들이 본격 경쟁에 들어갈 태세여서 가능하다면 최대한 부담을 덜어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