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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훈(24)과 노승열(24·나이키골프)은 한국 남자골프의 미래로 불리는 동갑내기 친구다. 중학교 때 미국으로 골프 유학을 떠난 안병훈이 2009년 US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먼저 세계 무대에 먼저 이름을 알렸다. 노승열은 국내에서 국가대표 등 엘리트 코스를 밟은 뒤 프로 무대에서 한발 앞섰다. 2010년 아시안 투어에서 최연소 상금왕에 오른 노승열은 2012년부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뛰면서 지난해 취리히 클래식에서 우승했다. 이에 뒤질세라 안병훈은 올 시즌 유럽 투어에 데뷔해 5월 메이저급인 BMW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샛별로 떠올랐다.
2009년 한국 오픈 이후 6년 만에 맞닥뜨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대회. 국내 첫 승 신고를 두고 벌인 '친구 전쟁'의 승자는 안병훈이었다.
20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GC(파71·6,953야드)에서 열린 제31회 신한동해 오픈(총상금 10억원) 4라운드. 안병훈은 보기 없이 버디 4개를 골라 4언더파 67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12언더파 272타를 기록한 안병훈은 노승열을 1타 차 2위(11언더파)로 제치고 우승컵과 2억원의 상금을 거머쥐었다.
한·중 탁구 커플로 유명했던 안재형-자오즈민 부부의 아들인 안병훈은 이로써 국내 대회 첫 우승의 기쁨을 만끽한 동시에 프레지던츠컵 출전 불발의 아쉬움을 풀었다. 남자골프 세계랭킹 56위로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안병훈은 다음달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세계연합-미국 남자골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 세계연합팀 대표 선발 랭킹 12위를 마크, 10위까지 주어지는 자력 출전권을 놓치고 단장 추천도 받지 못했다. 안병훈은 지난 2012년 경기 이천에서 열린 유럽 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 출전 이후 3년5개월 만에 한국에서 경기를 치렀지만 유럽 여러 코스에서 쌓은 경험으로 코스를 요리했다.
이날 공동 선두로 출발한 안병훈과 노승열은 우정은 잠시 접어놓은 듯 명승부를 벌였다. 300야드 샷을 펑펑 날리는 두 선수는 나란히 국내 첫 승을 향해 매치플레이 같은 시소게임을 펼쳤다. 노승열이 2번홀(파5) 버디로 선수를 치자 안병훈이 4번홀(파4) 버디로 응수했다. 노승열이 도망가면 안병훈이 따라붙는 양상이 17번홀까지 이어졌다. 평행이 유지되던 승부의 추는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기울었다. 우승 향방은 결국 티샷에서 갈렸다. 안병훈은 드라이버 샷을 페어웨이에 안착시켰으나 노승열은 왼쪽 러프로 보냈다. 안병훈은 두 번째 샷을 홀 왼쪽 5m에 올린 반면 노승열의 볼은 2단 그린의 위쪽 먼 지점에 떨어졌다. 노승열이 긴 버디 퍼트를 홀 1.5m 남짓한 거리에 붙였고 안병훈이 2퍼트(파)로 홀아웃 한 뒤 노승열의 파 퍼트가 홀을 돌아 나오면서 승부는 끝이 났다.
아시아와 유럽, 미국 투어에서 1승씩을 거둔 노승열은 국내 대회에서는 또 다시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통산 4번째 준우승 기록을 보탰다. 이날 3m 이내 퍼트를 한두 차례만 놓쳤을 정도로 퍼트가 잘 됐던 노승열로서는 마지막 홀 파 퍼트가 아쉬움을 남겨지게 됐다. 주흥철(34·볼빅)이 2타를 줄여 단독 3위(8언더파)를 차지하며 국내파의 자존심을 지켰고 2부 투어를 청산하고 2015-2016시즌에 PGA 투어에 재입성하는 강성훈(28·신한금융그룹)이 4위(6언더파)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