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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리포트] 기업회계 부정 칼 빼든 미국 SEC… 컴퓨터 감시 시스템 연내 가동

검사 출신 수장 화이트, 조직·예산 대폭 늘려 그물망 감시<br>상장사 9000여곳 장부-실제 현금 유출입 분석 가능해져

메리 조 화이트 SEC위원장

한 남성이 미국 워싱턴에 있는 증권거래위원회(SEC) 본사 건물 앞을 우산을 받쳐 든 채 지나가고 있다. /사진=블룸버그

새로운 수장을 맞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기업회계 부정에 칼을 빼들었다. SEC는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모기지 대출 등에 연관된 은행들의 부적절한 행위, 주가조작 등 금융관련 범죄를 적발 단죄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SEC는 이제 금융위기와 관련된 사건들이 어느 정도 정리됨에 따라 다시 기업 회계부정을 엄단하는 데, 역점을 둘 계획이다.

SEC 조직이 금융 쪽에 전력을 기울이는 사이 기업들의 회계부정 적발이 현저하게 줄어들었지만, 이는 회계부정이 사라졌다기보다는 단속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SEC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지난 2000년대 초 터진 엔론과 월드컴의 회계부정사건을 계기로 기업회계부정의 적발은 SEC의 주요한 임무였다. 2003~2005년 기업회계 부정은 SEC가 처리한 사건의 25%를 넘었다. 하지만, 지난해(2011년10월~2012년9월)의 경우, 이 비율이 11%까지 떨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SEC가 조직개편을 통해 기업회계 부정을 감시ㆍ단속 하는 분야의 인력과 조직, 예산을 대폭 확충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예산과 조직이 이 부문에 투입될 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기업회계 부정을 단죄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인물은 지난 4월부터 SEC를 이끌고 있는 메리 조 화이트 SEC위원장이다. 화이트는 맨해튼 지검에서 근무한 첫 번째 여성 수석검사 출신으로 검사시절 테러범, 조직폭력 범죄자들을 단죄했다. 특히 뉴욕의 밤을 지배했던 감비노 가문의 존고티를 감옥에 보내 명성을 떨친 바 있다. SEC내 특별조직을 담당하고 있는 연방검사 출신인 앤드류 크레즈니와 조지 커넬로스가 실무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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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는 효율적으로 기업의 회계부정을 잡아내는 데 연내에 도입할 새로운 컴퓨터 시스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전에는 상장기업들의 연례 보고서 등 방대한 자료를 사람들이 일일이 분석해야 해 회계 부정을 잡아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새로 도입될 시스템은 기업들이 재무보고서를 국제표준방식인 XBRL(extensible business reporting langue)로 제출하면 컴퓨터 시스템이 이를 판독해 분식혐의를 잡아나게 된다. 이 시스템은 특히 손익계산서상의 당기 순이익과 기업의 현금 실제 유출입액 사이의 차이를 중점 분석한다. 여기서 혐의점이 발견되면 시장점유율 하락, 수익성 악화 등 부정의 개연성을 확인할 수 있는 다른 내용들도 들여다 보게 된다.

또 감사법인을 자주 바꾸는 것도 분식의 징후로 파악된다. 지난해 미국 상장기업 중 9%가 감사법인을 교체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새 시스템은 기업의 보고서에 등장하는 단어를 통해 분식혐의도 찾아낼 수 있다고 SEC관계자는 전했다. 실적이 좋을 때와 나쁠 때 기업들이 보고서에 사용하는 언어에도 현격한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실적이 나쁜 기업들은 대체로 보고서를 투자자들이 파악하기 어렵게 난해하게 작성하는 경향도 있다.

크레이그 루이스 SEC수석이코노미스트는 "문제를 감추려는 기업들은 중요한 리스크는 동종 경쟁업체들에 비해 간략하게 기술하고 대신, 불필요한 사항들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특징이 있다"며 새 시스템은 이러한 기업들을 추려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시스템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9,000여개 기업을 커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컴퓨터 시스템만으로 회계부정을 얼마나 적발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연례보고서에 사용된 언어와 숫자가 의심스럽다는 것 자체만으로는 범법행위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기업들과 그들이 고용한 변호사들이 SEC의 움직임에 강력하게 맞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존 코피 컬럼비아 법학교수는 "SEC가 숫자와 언어를 문제 삼을 경우, 변호사들이 벌떼처럼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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