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경 작가의‘인간연구-Midday Darkness’展이 오는 10월 4일부터 10월 15일까지 서울 팔판동 갤러리 도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2012년 안 작가의 ‘인간연구- If the skin has emotions’展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작가에게 피부는 뇌와 같이 독립적으로 사유하며 생명력을 갖는, 그 자체가 감각하는 존재이다. 이를 전제로 예술을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물음을 던지는 것은 지금까지 변함없는 연구과제로 이어졌다.
이번 전시회의 차이점은, 이전에는 얼굴 안에 형상을 고립시켰다면 그 영역은 이제 얼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주의 수많은 것들 중 하나의 잡동사니에 불과할 수도 있는 인간이란 존재는 혼돈 그 자체이다.
작가는 대상을 눈으로 만지며 보이는 것과 보일 수 없는 것 사이의 상호 간 맞물림을 표현한다. 그 경계면에서 인간의 현재를 두르고 있는 피부는 독립적인 자아관념을 가지는 존재로 기억과 감정을 가지고 변형되며 외부세계와 연결되는 것이다. 표현을 위해 선택된 인간은 그 당시 작가가 느낀 감정의 이끌림에 선택된다. 겉으로 보이는 인간의 물질적인 외피는 작가에 의해 철저히 파괴된 해체와 재조합을 거쳐 하나도 닮지 않았으면서도 너무나 닮아 있는 역설적인 닮음을 갖는다. 형상은 마치 보이지 않게 행사되는 압력에 굴복해 있기나 한 것처럼 끊임없이 표피에서 벗어나려고 하며 자신의 육질을 드러낸다. 신체의 수축과 팽창, 긴장과 이완은 하나의 리듬이 되어 캔버스 안에서 질료화 된다. 우리가 작품 속에서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색과 음영 그리고 물감이 주는 마티에르 뿐이다.
참을 수 없는 낯선 혼돈의 흔적으로 얼룩진 안중경의 작품은 피부의 감각으로 환원된 형상이며 그 스스로 존재한다. 이러한 정형과 무정형이 뒤섞인 기괴하면서도 순수한 형상은 보는 이의 신경을 직관적으로 건드린다. 비인간적인 존재가 된 감각의 집합체는 인간과 만물의 사이를 명확히 구분할 수 없는 새로운 영역을 보여준다. 이렇게 안중경이 인간을 화두로 내세우는 사유의 궤적은 예술이 나아갈 제 3의 길을 제시한다.
순수한 감각의 주체인 피부는 유기적으로 화면을 덮어나가며 인간의 기억과 감정 그리고 외부공간까지 하나로 연결하고, 그 과정에서 신체가 가진 인간성은 완전히 사라지고 오로지 캔버스 안의 물질로만 남게 된다. 피부를 통해 지속적으로 생성(Becoming)되는 잠재적 운동들은 인간, 더 나아가 우주의 근원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하는 작가의 여정을 반영하는 것이다. 표피가 보여주는 예민한 촉각작용은 일상의 경험을 초월하고 있으며 흔히 알아왔던 바깥 세계와는 전혀 다른 또 하나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문의)02-737-46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