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Story]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
"한국배우 모델 내세워 연타석 홈런… 렉서스 옛 영광 다시한번"
김광수기자 bright@sed.co.kr
사진=김동호기자
역발상 전략으로 구혜선·김태희 파격 기용
고객신뢰 다시 얻으며 뉴캠리 돌풍 몰고와
부대찌개·삼겹살 좋아하고 소주 즐겨마셔
소녀시대 윤아에 열광하는 난 '半한국인'
올 렉서스 등 총 2만700대 팔아치울 것
나카바야시 히사오(52)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은 올해로 한국에서 세번째 봄을 맞고 있다. 그에게 지난 2년의 봄은 따뜻한 봄날의 추억보다는 잊을 수 없는 아픔이었다. 부임 첫해에는 대규모 리콜사태가 터져 고개를 숙여야 했고 이를 딛고 일어선 지난해에는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악재가 발목을 잡았다. 올해 부활하고 있는 한국토요타의 나카바야시 사장을 최근 본사에서 만났다. 국내 언론과 신차 출시 등 행사 현장에서 몇 차례 이야기를 나눈 적은 있지만 그가 본사까지 초청해 인터뷰에 응한 것은 서울경제신문이 처음이다.
나카바야시 사장은 올해로 도요타자동차 근무만 30년째다. 와세다대 정치외교학과를 들어간 것은 정치를 했던 할아버지의 영향도 없지 않지만 어릴 때부터 자동차를 워낙 좋아했던 터라 지금까지 도요타맨으로 지내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상사나 신문사에 가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자동차를 제일 좋아했고 도요타의 선배를 만나 얘기해보니 활력이 넘치는 점이 마음에 들어 도요타 입사를 마음 먹었습니다."
토요타에서 그는 해외 마케팅과 영업으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처음에는 아시아부에서 인도네시아를 담당하다가 직접 현지로 가서 판매 마케팅담당 경영코디네이터로 근무하기도 했다. 이후 복귀해서는 아시아ㆍ오세아니아 영업실장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호주ㆍ뉴질랜드 등을 포괄적으로 맡으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도요타 브랜드의 국내 출시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지난 2010년 초대 한국토요타 사장으로 부임했다. "말레이시아ㆍ방콕ㆍ마닐라 등에서도 근무했지만 한국만큼 좋은 곳이 없다"는 게 한국에 대한 그의 소회다.
나카바야시 사장은 "부임 첫해 '마케팅의 프로'로서 토요타가 가진 문제점들부터 해결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손을 대기도 전에 리콜사태가 터져 일을 할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줄어든 판매 대수보다 고객에게 잃은 신뢰를 어떻게 회복하고 딜러들의 자신감을 올리느냐가 중요했다. '필살기는 없다'는 생각으로 고객에게 마음으로 다가서려고 노력했으나 이미 겉잡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고객에게 신뢰를 얻기 시작한 게 배우 구혜선을 활용한 광고다. '토요타에 가자'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도요타 브랜드가 살아 있음을 부각시켰다. 캠페인을 시작했지만 "도요타에 가서 뭘 하냐"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신차 출시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부터 반격을 노렸지만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며 다시 모든 계획은 미뤄졌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어려움도 있었지만 한국의 지원과 배려를 많이 받았다"고 감사의 표시를 잃지 않았다. 서서히 정상화의 길에 들어선 시점이 지난해 말이고 올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서고 있다.
다른 수입차 브랜드에서 이런 도요타의 행보에 긴장하고 있다.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일본 회사, 그중에도 대표 격인 도요타가 워낙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서다. 그는 대수로운 게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나카바야시 사장은 "한국에 올 때부터 마음먹은 것을 여러 사정상 올해부터 실행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 파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신차의 가격정책도 모두 예상된 수순이라는 것.
지난해 말부터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뉴 캠리는 나오자마자 대박을 쳤다. 지난달에는 BMWㆍ메르세데스벤츠 등을 밀어내고 판매 1위(하이브리드 포함 총 855대) 차종에 올랐다. 나카바야시 사장은 한국토요타 내부에 '뉴 캠리 월 1,000대 판매'라는 목표를 적어놓을 정도로 아직은 성에 안 찬다는 모습이다.
나카바야시 사장은 오는 12일 선보일 렉서스 뉴 제너레이션 GS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BMW나 메르세데스벤츠와 경쟁해도 자신 있다"는 그의 말은 빈말처럼 들리지 않는다. 그는 뉴 GS가 "독일 차 위주로 굳어진 수입차시장의 판도 변화를 가져올 테니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렉서스는 한때 국내에서 프리미엄 1위 브랜드였지만 현재는 고객의 쇼핑 리스트에도 들어가 있지 않다. 그것을 다시 되돌리고 싶은데 첫 시작이 GS라 이번 출시의 의미가 굉장히 크다"고 덧붙였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세가지를 만족해야 한다. 봤을 때 멋있고, 타서 즐겁고, 사서 만족할 수 있어야 하는데 GS가 얼마나 만족을 줄지 우리에게는 도전"이라고 말할 때는 비장함까지 엿보였다.
최근 국내외에 불고 있는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관심을 두고 "현 시점에서 환경성이나 연비를 봤을 때 하이브리드차만큼 우수한 게 없다"며 "도요타의 하이브리드는 조용하고 진동도 없고, 렉서스는 여기에 파워까지 갖췄다"고 말했다. 국내 소비자들이 실제 타보면 연비가 기대만큼 좋지 않다는 것도 "급가속ㆍ급정지를 하는 운전습관 때문"이라며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정체가 심한 서울이나 도쿄에서 하이브리드만큼 우수한 차량이 없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시간이 길어지자 나카바야시 사장은 자리를 옮겨 식사를 하며 편하게 얘기할 것을 제안했다. 메뉴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부대찌개. 소주도 빠질 수 없다. '친한파'인 나카바야시 사장은 햄ㆍ소시지ㆍ김치 등 좋아하는 음식이 모두 들어간 부대찌개에 대해 거의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나카바야시 사장은 "삼겹살ㆍ육회도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면서 한국 먹거리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술잔을 기울이며 '취중 토크'가 계속되자 그는 한국 사랑에 대해 늘어놓기 시작했다. "소녀시대를 좋아해서 콘서트에도 갔었다. 개인적으로는 윤아를 제일 좋아한다"고 말할 때 그는 어린아이 같은 미소를 짓기도 했다. 최근에 본 드라마는 '미스 리플리'가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얼마 전 본 영화 '고지전'에서 "살아서 집으로 돌아가자"라는 대사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눈물을 흘렸을 만큼 한국의 정서까지 이해하는 '반(半)한국인'이 됐다. 영어와 인도네시아어도 유창한 그는 한국어 공부에도 푹 빠져 있다. 그의 한국어 선생님은 모 걸그룹의 일본어 선생님이기도 하다. "한국어는 너무 어렵습니다. 일어에 없는 'ㅓ' 발음은 특히 어려워요. 예습ㆍ복습을 안 한다고 선생님한테 혼나기도 하지만 공부하는 게 재미있습니다."
나카바야시 사장의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은 지난해 자동차업계 최초로 대종상영화제를 공동 개최하는 것으로 발전했다. "영화인협회장인 이덕화씨와 평소 친분이 있었는데 도움을 줄 방법을 찾다가 직접 우리가 개최하는 게 어떨까 해서 실행에 옮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종상영화제에는 시에나ㆍ프리우스 등 도요타의 다양한 차량이 이용돼 관심을 끌었다.
이런 아이디어는 모두 나카바야시 사장에게서 나왔다. 반일감정이 적지 않은 국내에서 일본 브랜드로 한국인 배우 구혜선을 모델로 쓴 것도 역발상 전략이다. 김태희를 내세운 뉴 캠리는 화제를 불러왔고 판매에도 적지 않은 상승효과를 가져왔다. 김종철 한국토요타 상무는 "영업과 마케팅을 주로 담당해서인지 나카바야시 사장의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지만 나카바야시 사장은 "결정은 마케팅팀에서 모두 한다"며 모든 공을 직원들에게 돌렸다.
최근 서울대공원과 '멸종위기 야생동물 보호' 업무협약(MOU)을 맺은 것도 사장의 생각이다. 한국토요타는 프리우스 3대를 지원하는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 보전을 위해 서울대공원에 협조를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지구온난화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보호하는 것이 친환경 자동차의 대명사인 하이브리드차량의 콘셉트와 딱 맞아떨어진다는 전략에서다. "호랑이ㆍ코알라ㆍ수달에 토요타 이름을 붙여서 토랑이ㆍ토알라ㆍ토달이라고 캐릭터를 만들었는데 원래는 모두 남자였다가 토달이는 여자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한국토요타는 동물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그는 3시간 넘게 이어진 인터뷰에서 "도요타가 한국에서 정말 열심히 할 테니 지켜봐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올해 그가 밝힌 판매목표는 도요타 1만3,000대, 렉서스 7,700대 등 총 2만700대다. 이미 도요타 브랜드는 2월까지 지난해 대비 113.6% 늘어난 판매량을 기록하며 독일 차 독주에 제동을 걸고 있다. 목표 달성이 기대된다. 사진=김동호기자
● 나카바야시 사장은
◇약력 ▦1960년 일본 지바현 ▦1982년 도요타자동차 입사 ▦1987년 해외기획부 ▦1994년 아시아부 ▦1998년 인도네시아 판매 마케팅담당 경영코디네이터 ▦2000년 아시아부 아시아 지역 판촉ㆍ수급 관리 ▦2006년 아시아ㆍ오세아니아ㆍ중동 지역 계획실장 ▦2009년 도요타 한국출시 프로젝트 담당 ▦2010년~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
"다른 브랜드에 눈 돌릴 틈 없게"… 신차 물량 공세
뉴캠리·프리우스 3총사 출시 이어 12일 렉서스 뉴 GS 첫선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지난 2년간 전세계적으로는 물론 국내에서도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2012년이 돼서야 부활하고 있는 도요타는 올해 이를 한방에 만회하기 위해 지나칠 만큼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내세운 전략이 매달 새로운 차를 내놓는 것.
자동차회사에 신차 출시만큼 확실한 마케팅 전략이 없다는 분석에 따라 한국토요타는 한 달이 멀다 하고 도요타와 렉서스의 새로운 차를 선보이며 고객들이 다른 브랜드로 눈을 돌릴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지난 1월 뉴 캠리가 포문을 열었다.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두 모델로 나온 뉴 캠리는 지난해 말부터 착실한 사전 마케팅으로 고객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신차 출시 행사에는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사장이 깜짝 방문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프리우스 3총사가 새롭게 모습을 드러냈다. 고급형(프리우스S), 기본형(프리우스M), 실속형(프리우스E) 3종으로 사양에 따라 가격을 달리 책정해서 기호에 맞는 선택이 가능하게 됐다.
오는 12일 출시되는 렉서스 뉴 제너레이션 GS는 독일 브랜드와 한판 승부를 계획하고 있다. 풀 체인지된 뉴 GS의 바람몰이를 위해 사전 마케팅을 한창 진행 중이다. 5월에는 렉서스 RX가 디자인을 바꿔 출시된다. 뉴 GS와 같은 스핀들 그릴을 장착한 전면 디자인으로 벌써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오는 6월에는 스바루와 공동 개발한 소형 스포츠카 86이 국내에 상륙한다. 스바루의 수평 대향 엔진과 도요타의 최신 직분사 기술이 결합돼 기존 스포츠카와는 다른 차원의 퍼포먼스가 기대된다.
하반기에 나올 차들도 면면이 화려하다. 도요타 하이브리드의 기술력을 보여줄 렉서스 뉴 GS 하이브리드, RX 하이브리드를 선보일 계획이다.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인 도요타 벤자도 출시된다. 벤자는 세단의 편안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활용성을 결합한 5인승 차량이다. 렉서스의 볼륨 모델인 ES도 신형이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한국토요타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