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동전화 전쟁

◎이동전화 싸움으로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어떤 것을 사야하나.이동전화산업에선 메시지를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응답기가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린다 베스탈에게 한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녀는 덴버 교외의 한 가게에서 이동전화사들의 제품을 훑어보느라 머리가 어지럽다. 스프린트, 웨스턴 와이어리스, 모토롤라의 제품들과 서비스전략이 그녀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덴버의 한 공원 근로자인 베스탈은 『전화기 종류가 너무 많고 기능도 너무 다양하다』고 한숨을 쉰다. 전화가 없는 그녀는 가게를 떠나면서 한뭉치의 안내책자를 움켜쥐고 집에 가서 어떤 전화기를 사야할지를 고민한다. 베스탈의 선택이 곤혹스러워 보인다면 그 이유는 최근의 규제완화로 피어나고 있는 이동전화시장이 혼란스런 완전자유경쟁체제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수년동안 2개의 이동전화회사(AT&T, 에어타치)에 만족해야 했던 덴버처럼 미국 전역의 도시에선 갑자기 새로운 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있다. 가입자에겐 좋은 소식이다. 분당 이용요금이 10년전의 1달러에서 50센트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비스 가격이 점점 더 내려갈 것이다. 그러나 업계는 숨막히는 광고전쟁을 벌이고 있고 너무 복잡한 가격체계를 제시하고 있다. 가장 치열한 격전지중 하나인 남부 캘리포니아의 스프린트PCS사 관리자인 브루스 크레어는 『많은 소비자들이 얼떨떨해한다』고 시인한다. 스프린트(96년 매출: 2백50억달러), AT&T(5백21억8천만달러)같은 대형업체들은 넥스텔(3억3천2백90만달러), 옴니포인트(5천만달러)와 같은 신규업체들과 싸우고 있다. 이동전화시장은 과거 비디오 리코더와 팩스시장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10년전 1천만명만이 이동전화를 사용했다. 당시 이동전화는 부자나 기업중역, 마약상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가격이 떨어지는데다 긴급할때 어디서든 전화 할 수 있고 저녁식사에 늦는다고 전할 수 있는 잇점은 이동전화를 매력덩어리로 만들었다. 시카고 교외에 거주하는 축구선수 엄마이자 부업으로 판매활동을 하고 있는 크리스틴 맥래플린은 5학년된 딸이 방과후에 항상 전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맥래플린은 『나는 사라가 전화해서 「엄마, 안녕, 어디에 계세요」라고 말할 수 있다는게 행복하다』고 말한다. 맥래플린은 매일 가입신청을 하고 있는 3만명의 가입자들중 한명이다. 현재 이동전화 가입자는 4천3백만명. 이같은 성장률은 업계매출을 올해 30∼40억달러 증가시킬 것이다. 그러나 미가구의 20% 미만이 이동전화를 갖고 있고 이같은 사실이 업체들을 들뜨게 하고있다. 캘리포니아 실리콘 밸리의 컨설팅회사 데이타퀘스트의 존 래달 분석가는 『이 산업은 폭발직전에 있다』고 말한다. 보스톤의 양키 그룹 컨설팅회사의 이동전화부문 부사장인 마크 로웬스테인은 『저녁식사중에 장거리 전화업체에 괴롭힘을 당하고 있지만 이젠 더욱 각오해야 한다. 이동전화업체들이 합세할 태세다』고 덧붙인다. 이같은 예측이 나오는 것은 연방통신위원회가 만든 PCS(개인통신시스템)라는 새로운 디지털기술이 있기 때문이다. FTC는 경찰용이나 다른 공공 목적에 사용돼던 주파수대의 한 부분을 잘라서 이동전화 서비스에 사용할 수 있도록 업계에 양도했다. 물론 대가를 받았다. 정부는 뉴욕시에서 리버럴, 캔자스에 이르기까지 5백군데의 시장에 PCS사업권을 주면서 2백3억달러를 챙겼다. 프루덴셜 증권사의 마이클 엘링 분석가는 PCS시스템이 향후 3∼5년간 이동전화 용량을 15배 늘릴 것이라고 추정한다. 그러나 PCS는 무선 스펙트럼에 새로운 주파수를 추가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아날로그처럼 단선으로 음성을 보내는 기존의 시스템과 달리 PCS는 음성을 컴퓨터를 움직이는 0와 1과 같이 불연속의 조각으로 쪼개는 디지탈 신호를 이용한다. 디지털 기술로 PCS는 CD수준의 음질과 이동전화 도청자와 전화번호 도둑들로부터의 보호장치를 제공할 뿐 아니라 E­메일, 발신자 확인 서비스, 무선호출기능까지 갖출 수 있다.(디지털기술은 또한 비PCS 환경에서도 가능해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PCS네트워크는 미국 전역에 걸쳐 완벽한 접속을 지원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날로그 고객들을 끌어들일 수 없다. 새로운 서비스는 아직 완전치 않은데다 3개의 상이한 기술적인 표준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뉴욕시에서는 AT&T같은 업체가 79달러∼1백49달러에 판매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은 무선호출기모양의 화면을 갖춘 디지털 전화기를 사야만 한다. 이에 반해 기본적인 아날로그 전화기는 가입자 확보를 위해 공짜로 혹은 헐값에 제공되고 있다. PCS는 이동전화기시장에서 기껏해야 1%의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여전히 도입단계에 놓여 있지만 가격측면에서는 선도적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부터 PCS시장에 신규 참여한 아메리칸 퍼스널 커뮤니케이션스사가 셀룰러원과 벨애틀랜틱나이낵스를 공격하기 시작한 워싱턴에서는 이동전화 서비스의 평균가격이 분당 45센트에서 30센트로 떨어졌다.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있는 스트래터지스그룹의 피터 나이스원더사는 전국적으로 PCS시스템 보급을 검토하고 있는데 가입자수가 현재의 35만명에서 2천1년에는 4천7백만명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PCS가 유망하고 위협적이기 때문에 AT&T부터 베이비 벨스까지 거대기업들은 신규업체와 경쟁하기 위해 디지털 네트워크를 갖춘 아날로그 시스템을 앞다투어 깔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7백만명의 가입자를 거느린 미국 최대의 무선장비업체인 AT&T같은 회사가 통신 단말기와 함께 디지털 및 아날로그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면서 더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당신이라면 이같은 선택지를 어떻게 풀어내겠는가. 우선 무엇때문에 이동전화기가 필요하며 얼마나 자주 사용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전화선을 통해 수다를 떠는데 1백분미만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에게는 벨소리를 내지않는 기본적인 것이 적당할 것이다. 그렇다면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선택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날로그가 적당하다』고 AT&T의 통신매니저인 켄우는 말한다. 『그것은 순수한 전화기일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이동전화 사용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기업고객들에겐 특히 전자우편같은 PCS서비스는 매력적으로 비쳐질 수 있다. 이동전화시장의 승자가 누구냐에 대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AT&T 스프린트 MCI 같은 대형업체들의 손을 들어준다. 그들은 치열한 가격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돈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43개의 디지털 라이센스를 따내는데 14억달러를 써넣었던 워싱턴의 포켓커뮤니케이션스사는 주요 채권기관에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면서 결국 은행으로부터 파산명령을 받았다. 다른 업체들은 잠재력이 풍부한 기업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넥스텔은 라디오, 무선호출, 전화서비스를 패키지로 가격을 대폭 낮춘 번들제품으로 기업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94년에 AT&T사에 1백15억달러 규모의 이동전화사업을 매각했던 크레이그 맥코사가 운영하는 넥스텔은 미국인구의 85%를 장악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놓았다. 가장 야심적인 기업들은 고객들에게 일반전화와 이동전화를 똑같은 번호로 접속시키면서 이동전화 및 지상전화기를 단일서비스로 통합시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AT&T는 올해 시카고에서 1단계 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고객들에게 선택을 제공하는 기술이라면 무엇이든 좋다』라고 AT&T사 이동전화부문의 다니엘 헤세 회장은 밝혔다. 그는 2주전 스티븐 호퍼가 그의 과거 상사였던 넥텔의 크레그 맥코우에 합세하기 위해 사직한 후 회장자리에 올랐다. 이처럼 회사를 옮겨다니는 것이야말로 고객들에게 너무나 많은 혼란스러운 선택을 강요하고 있는 산업에서 그만큼 진통이 커지고 있다는 단적인 증거다. 비록 그것이 처음으로 진정한 의미의 경쟁을 제공하기 시작했지만 말이다.<존 그린월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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