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에도 여러차례 여러곳에서 한국경제 회복에 대한 격려를 들어왔지만 IMF구제금융을 신청한지 꼭 1년6개월이 되는 시점에서 듣는 이번 찬사와 충고는 그 어느때보다 감회가 새롭다. 물론 우리의 고통의 인내와 노력이 남달랐지만 그의 찬사의 배경에는 한국이 IMF프로그램을 차질없이 이행함으로써 성공했고, 약속이 맞아떨어진 결과를 성공 모델로 해서 다른 IMF지원국에도 과시하고 싶은 의도가 깔려있을 것으로 짐작된다.사실 지난 1년6개월동안에 많은 것이 달라졌다. 예상외로 빠른 회복과 가파른 성장에 우리 자신도 놀랄 정도다. 오히려 과속과 거품이 우려될 수준이다.환율과 금리가 안정되었고 외환보유액도 넉넉하게 쌓였다. 재고는 줄고 생산 소비가 급신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경기가 급속도로 회복되면서 지난 1분기 성장이 4.6%를 기록했다. 가장 걱정했던 실업도 고비를 넘기고 감소로 돌아섰다. 겉으로는 IMF우등생이고 졸업장을 받아도 모자라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아직 삼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다. 경제 기초를 다시 세우고 성장잠재력을 건실히 다지는 일은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올해 금융 재벌개혁을 완성해야 하고 기업구조조정도 마무리해야 한다. 지난해에는 공황이 우려되어 하지못했던 구조개혁,곧 과다부채 부실채권 해소와 한계기업 정리 등을 여건이 좋아진 올해에 과감히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도성장의 입맛을 과감히 떨쳐버려야 할 때다. 거품과 허세로 포장된 고성장보다는 알차고 차분한 안정성장이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캉드쉬 총재의 고품격성장론에 귀를 기울여 봄직하다. 그는 새로운 모델의 고품격성장의 바탕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체제, 건전한 경제주체와 금융질서, 투철한 사회정의 의식을 들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정착된 제도여서 새로울 것이 없으나 관심을 가져봄직 하다. 내심으로는 찬사보다는 재벌개혁에 대한 불만이나 실망과 함께 진짜 하고 싶은 말이었는지 모른다.
어느정도 자신감도 되찾았고 환경도 좋아졌으니 외국의 눈치나 찬사에 현혹되지 말고 우리의 길을 착실히 그리고 일관성 있게 밀고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대통령도 경고했듯이 경기가 조금 좋아지고 실업이 다소 풀린다고해서 국민과재벌이 해이해지고 긴장이 풀려서는 지금까지의 고통이 수포로 돌아갈 우려가 없지않다. 다시 뛰는 자세를 흐트리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