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작가의 글은 가슴 깊은 곳에서 나오는 울림, 말하지 않거나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깊은 마음 속 내면의 요구에서 나옵니다." 200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중국 출신 소설가 가오싱젠(高行健ㆍ71ㆍ사진)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방한한 그는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학적 글쓰기를 견지해나가려면 작가는 마음 속으로부터 토해내지 않고 배길 수 없는 그 무엇이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나의 경우 어떤 일에 대한 강렬한 충동을 받은 뒤 긴 시간 동안 생각을 정리하는 일종의 발효 과정을 거칩니다. 충동이 깊은 사고의 과정을 거치면서 성숙된 뒤 하나의 작품으로 세상에 나오는 거죠." 그는 또 "문학은 인생의 곤혹과 초조, 인간성의 심오함을 한껏 표현해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인생을 깊이 성찰할 수 있게 해준다"는 말로 문학론을 펴기도 했다. 문학이란 본래 사람의 감정과 사상의 자유로운 표현물이고 현실적인 이해관계를 모두 초월한다는 것. "나는 20세기 이후에 세상의 아름다움이 많이 사라졌다고 생각한다"는 가오싱젠은 현재 자신이 구상중인 작품의 일단도 내비쳤다. 그는 "'아름다움의 장래'를 주제로 시, 그것도 장시(長詩)를 구상하고 있다"며 "예술의 심미적 가치에 대해 많이 고민해왔는데 잃어가고 있는 인류의 아름다움과 현대 사회를 묘사해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글로벌시대의 문학은 많은 문제점에 봉착해 있다"며 "포스트모던 이후 정신적인 빈곤의 시대에 문학이 현대사회에 어떤 의미를 던져야 되는가의 문제도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탄압으로 프랑스로 망명해 활동 중인 그는 중국의 현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조국이 경제발전 등 많은 것이 변했지만 아직도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제약을 받고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10살 생일 때 예쁘게 포장된 노트를 선물로 받았던 게 내 창작인생이 시작됐다"는 가오싱젠은 '영혼의 산(靈山)'이라는 소설이 문학적 보편성과 날카로운 통찰, 언어적 독창성으로 가득차 중국 소설과 드라마의 새로운 길을 연 공로로 2000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그는 노벨문학상 수상 후 무엇이 달라졌느냐는 물음에 "더 많이 바빠진 것"이라며 웃음으로 답해 노작가다운 여유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