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바이어들이 한번에 건전지를 수백만개씩 주문하는 바람에 공장을 24시간 풀가동해도 물량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3일 찾은 로케트전기 광주공장에서는 생산직 근로자들이 쉴 새 없이 철판을 찍어내는 프레스 사이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건전지의 틀을 만드는 이 프레스는 지난 3월 이후 단 한 차례도 멈춘 적이 없다. 몰려 드는 일본에서의 주문에 맞추기 위해서다. 회사 측은 일손이 부족하다 보니 정년 퇴직자까지 다시 불러들였고 60명의 직원을 새로 뽑아 전체 근로자도 두 배 이상 많아졌다고 한다. 윤종한 이사는 "올 들어 일본에서 주문이 쏟아져 들어오다 보니 철관 공급량이 전지 생산량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라며 "과거 무선호출기 특수로 호황을 누렸던 1990년대 중반 의 생산량을 훨씬 웃돌고 있다"고 전했다. 국산 건전지가 일본 지진 사태에 따른 주문폭주로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일본 의 전력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조명기기나 라디오 등에 쓰이는 건전지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로케트전기의 경우 전체 생산량이 연초에 비해 약 2.5배나 급증했다. 알카라인 건전지 LR03와 LR06 모델의 생산규모는 월간 1,800만개에서 3,000만개로 불어났으며 랜턴에 많이 쓰이는 건전지도 5~10배씩 급증하고 있다. 생산라인의 활력은 공정 곳곳에서 쉽게 느껴졌다. 전지생산공정은 크게 철관 등을 만드는 부품공정과 양극과 음극ㆍ전해액 등을 채우는 조립공정, 완성ㆍ포장 공정으로 크게 나뉜다. 모든 공정이 현재 24시간 2교대로 운영되고 있다. 로케트전기의 호황은 무엇보다 한국산 제품에 대한 높은 선호도를 반영한 '나 홀로 호황'이라는 점에 의미가 크다. 로케트전기는 중국에 건전지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태국에도 100% 지분을 보유한 생산법인을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주문량 급증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윤 이사는 "사실 일본발 건전지 특수는 로케트전기에만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산 건전지가 중국이나 동남아산에 비해 품질이 워낙 뛰어난데다 납기가 짧다는 강점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온통 외국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는 국내 건전지시장에서 묵묵히 국산 브랜드의 자존심을 지켜온 로케트전기의 숨은 저력이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로케트전기는 앞으로 자체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여 일본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일본 바이어들이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한꺼번에 계약을 해놓은 뒤 생산이 이뤄지는 대로 물건을 거둬가고 있다"며 "선적과 동시에 대금이 지급되는 등 결제조건도 훨씬 유리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