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환율 얼마나…언제까지…실탄 투입할지가 관건

환율안정 초강력 메시지에 일단 성공적 효과 거둬<br>수요 워낙 탄탄하고 고유가 지속…낙관은 힘들듯


지난 6일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 청와대 경제수석 등 한국경제를 주무르는 3인의 긴급회동에 이어 재정부와 한은이 7일 오전 기자회견을 연 것은 환율상승 기대심리가 지나치게 쏠려 있는 시장을 향해 환율안정에 대한 당국의 의지를 의심하지 말라는 초강력 공개 경고로 해석된다. 그동안 환율 문제에 대해서는 한발 비켜서 있던 한은이 재정부와 공조해 무대 전면에 나서고 외환수급 사정도 점차 나아질 것으로 보이는데다 특히 당국이 물가안정을 위해 ‘세자릿수’ 원ㆍ달러 환율도 용인할 방침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상승기대는 상당 부분 꺾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 이날 환율이 장 시작부터 10원가량 급락했던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달러수요가 워낙 탄탄한데다 유가가 더 치솟고 외국인의 주식이탈이 계속된다면 향후 상황이 당국의 의도대로 전개되리라고 낙관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당국이 얼마만큼의 실탄을 언제까지 쏠 것이냐가 환율안정의 관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재정부ㆍ한은 공동전선 시너지 효과 기대=강만수 재정부 장관, 이성태 한은 총재,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3일 3자 회동을 한 지 사흘 만인 6일 또다시 만났다. 그만큼 외환시장 사정이 긴박했다는 뜻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시장이 1차 회동의 의미를 잘못 판단하고 다음날인 4일 환율이 1,050원으로 치솟아 이를 방치하면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며 “확실한 환율안정 의지를 시장에 전달하기 위해 3인이 다시 만났고 구체적인 합의문까지 만들어 재정부ㆍ한은이 긴급 기자회견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눈여겨볼 부분은 한은과 재정부가 공조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사실 한은은 재정부가 매도개입에 열을 올릴 때 꿀 먹은 벙어리였다. 3월 중순 이 총재의 ‘환율 천장’ 발언이 강 장관과의 마찰로 비쳐진데다 4월 중순 재정부에서 “환율정책을 한은에 맡긴 적도 없고 그럴 의사도 없다”며 사실상 뒤로 물러나라는 뉘앙스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정부 혼자 상대하기가 벅차자 결국 한은에 SOS를 날렸고 한은은 재정부와의 합의를 통해 환율정책을 운용한다는 약속 아래 혼란스러운 무대 전면에 등장하게 된 것이다. 안병찬 한은 국제국장은 “아무래도 재정부 혼자 할 때보다 같이하는 게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며 “환율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고 시장과의 소통도 원활하기 때문에 시장에 확실한 메시지 전달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과 재정부의 공동전선이 환율안정에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데 자신 있다는 얘기다. ◇물가 위해 세자릿수 환율도 용인(?)=과연 외환당국은 어느 선까지 환율을 끌어내리기로 작정을 한 것일까. 재정부나 한은 모두 특정 레벨을 거론하지는 않지만 시장이 생각하는 레벨을 의도적으로 제한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그동안 시장에서는 당국이 환율을 1,020~1,050원 부근에서 가둬놓길 원하는 것으로 인지해왔다. 왜냐하면 당국의 매도개입이 주로 1,057원에서 이뤄졌고 6월 초 환율이 1,010원대로 곤두박질칠 때는 ‘급락세가 우려스럽다’는 구두개입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런 정황으로 당국의 매도개입이 있더라도 저가매수 세력이 워낙 탄탄하게 받치고 있어 환율은 쉽게 빠지지 않았던 것이다. ‘당국의 약발이 없다’는 비아냥이 나오게 된 이유다. 결국 당국은 환율안정을 위해서는 이 같은 시장의 오해를 풀고 환율상승 기대심리를 깨야 한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날 재정부와 한은 모두 “시장에서 상승 기대심리가 형성돼 있는 배경이 정부에서 어느 선을 유지하려고 한다는 인식”이라며 “하지만 그것은 우리 의도와 다르며 그런 인식이 있다면 오해”라고 강조한 것도 그 때문이다. 즉 1,010원대를 의도적으로 막기 위한 의도나 조치는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나아가 당국은 세자릿수 환율도 용인할 태세다. 최 국장은 “수급으로 세자릿수로 내려가도 의도적으로 막을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안 국장은 “환율 안정을 위해 시장이 오해하는 수준(1,010원) 밑으로 가야 하지 않나 한다”며 세자릿수 환율을 시사했다. ◇시장 일단 반응 보였지만 좀더 지켜봐야=당국의 초강력 메시지에 이날 시장은 움찔했다. 장 초반 시장심리가 위축되며 환율이 1,030원대 중반대로 급락했던 것. 한은과 재정부의 공동전선이 일단 성공적 효과를 거둔 셈이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팀장은 “청와대와 재정부ㆍ한은이 합심한 견해에 대해 시장은 조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유가 등 외부 변수가 더 악화되지 않는다면 시장에 충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시장이 당국 의도대로 꼬리를 내릴 것으로 보기에는 다소 이르다는 지적이다. 김두현 외환은행 차장은 “4일 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느슨했는데 이날 기자회견은 이 같은 시장의 오판을 불식시키고 개입 경계감을 강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하지만 수요가 워낙 탄탄해 당국의 실개입이 없다면 환율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실제 1,036원대까지 급락했던 환율은 장중 실개입이 없자 정유사들의 저가매수가 붙으면서 장 막판 1,042원대로 마감했다. 모 시중은행 딜러는 “당국의 의지가 시장의 상승 기대심리를 제어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중요한 것은 수급”이라며 “유가상승과 외국인 주식매도에 따른 달러수요와 당국의 매도개입 간의 굉장히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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