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116> 직장생활, 눈치'만' 봐서 남는 게 있나요?


혼자서 끙끙 대다가 결국 터져버린 여자, “어쩜 그렇게 내 맘을 몰라?”라며 남자에게 묻습니다. 여자는 남자가 야속하고 서운하기만 합니다. 여자는 남자에게 그동안 충분한 사인을 줬습니다. 나중에는 그마저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아 알아듣기 쉽게 여러 번 설명까지 해줬습니다. 그런데도 남자가 ‘나 몰라라’로 일관하자 쌓이고 쌓인 답답함이 ‘내게 관심이 없어서 이러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발전하면서 구체적인 사안에서 근본적인 문제점을 짚는 상황이 초래된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연인 간의 대화는 너무 쉽게 그리고 자주 우리 주변에서 발견됩니다. 물론 남자도 할 말이 있습니다. 실제로 연인끼리 다투는 경우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우선 잘못했다고 한다, 그러면 뭘 잘못했는데? 하고 되묻는다. 대꾸를 제대로 못하면 2차 공격이 시작된다”는 게 남자들의 공통적인 하소연 중 하나입니다. 콕 짚어주지 않았는데 대체 어떻게 그 맘을 알 수 있느냐는 겁니다. 차라리 “이렇게 해 줘” 라고 말해주면 얼마나 속시원하겠냐고 입을 모읍니다.


사내연애 중이 아니라고 해도 직장인에게는 비슷한 상황이 있습니다. 바로 상사와의 관계입니다. 부하직원 입장에서는 상사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자 말을 조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가급적 말을 안 섞으려 하다 보니 정당한 권리마저 침해받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당연한 권리인 휴가를 눈치가 보여 제대로 쓰지 못한다거나 업무가 다 끝났는데도 상사가 남아있다는 이유만으로 꼼짝없이 야근을 하는 불상사가 발생하는 것이죠.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한 마디면 되는데 찍히기 싫어서, 괜히 한소리 들을까 겁나 꾹꾹 참다 보니 화병이 도지기도 합니다. 명백한 상하 관계가 존재하니 당연해 보이는 부당함. 그런데 상사도 할 말이 있답니다. 요즘은 오히려 상사가 부하직원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부터 소통을 위해 색다른 방안을 도입했다는 것까지 나름 최선을 다한다고 말이죠. 그리고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으니 제발 얘기 좀 해줬으면 싶다고 덧붙입니다. 어디서 본듯한 상황, 연인끼리도 직장 동료 간에도 분명한 건 나만큼 내 맘을 잘 아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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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업무가 팀 플레이를 바탕으로 하기에 직장생활에서 적당한 눈치 보기는 필수입니다. 내 권리만 찾자고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요. 그러나 눈치만 보고 속 앓이만 해선 상황이 달라지지 않죠. 당연한 권리도 부당하게 침해받고 있다면 할 말은 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혹시 내 직장생활이 부당하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할 만큼 무뎌질 대로 무뎌진 건 아닌지, 해야 할 말도 삼키기만 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화병으로 몸져 눕는 것보다는 눈치껏 상사가 기분 나쁘지 않게 돌려서 할 말은 해주는 센스를 키우는 게 100배는 더 생산적인 활동일 테니까요.

/iluvny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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