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천천히 공격할 자리

제6보(74~100)


진짜 고수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싸우지 않는다. 싸우지 않으면 그대로 밀릴 것 같은 분위기만 아니라면 평화를 선택한다. 그렇다고 해서 평화를 표방하는 것도 아니다. 이빨을 감추지 않고 적당히 으르렁거린다. 얼핏 보기에는 상당히 호전적인 기풍인 것처럼 거칠고 우악스럽게 군다. 그러나 정작 칼을 빼는 일은 극히 드물다. 고수는 되도록이면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이기려 한다. 백74로 제꺽 끊은 수를 보고 김성룡 9단이 말했다. “세돌이가 좀 서두는 인상입니다. 목진석이 던진 미끼를 덥썩 물고 있어요. 지금은 칼을 뽑을 때가 아니에요. 유장하게 천천히 공격할 자리였어요.” 백이 74로 끊었기 때문에 흑은 수습하기가 편해졌다. 흑95까지는 외길 수순. 백진을 휘휘 젓고 성공적으로 수습한 모습이다. 애초에 백74로는 참고도1의 백1로 가만히 꼬부리는 것이 급소였다. 흑은 2, 4로 타개하는 정도인데 백5 이하 9로 실리를 챙기며 천천히 공격하면 백이 편한 바둑이었다. 좌변의 접전 수순 가운데 백86으로 가만히 따낸 것은 정수. 참고도2의 백1로 잡는 것은 흑2로 빠져나오는 수가 통렬하여 백은 대마 전체의 사활에 신경을 써야 하는 신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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