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글로벌 랭귀지, 스포츠-홍병의 시슬리코리아 대표


사무실이 영어 교육에 대한 열의가 어느 지역보다 높은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있다 보니 지나다 보면 심심찮게 영어 유치원들을 보게 된다. 영어 유치원에 자녀 하나를 보내는 데 드는 비용이 웬만한 중소기업 사무직 초봉 수준이라고도 하니 놀랄 만한 일이다. 인적자원 말고는 별다른 자원이 없던 우리나라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세계로 발을 넓히기 위해 외국어 교육은 아주 오래전부터 필수항목으로 강조돼왔다. 이제 그 열정이 대여섯 살 아이들의 원어민 영어교육으로까지 확대된 것 같다. 물론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교육은 중요하다. 그런데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효율성 높은 보다 강력한 언어가 하나 있다. 바로 스포츠다.


우리가 언어를 배우는 주된 이유는 외국인들과의 원활한 소통이다. 스포츠를 통하면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 것보다 더 쉽게 친밀해지는 느낌을 자주 경험한다. 특히 여러 명이 한 팀이 돼 하는 구기 종목은 친밀도가 상당하다. 유학 시절 자주 접했던 미식축구를 예로 들면 경기 내내 서로 격렬하게 몸으로 부딪치며 하는 운동이다 보니 경기 중에도 팀원끼리 서로 챙겨주는 것은 물론이고 경기 후 근육통 때문에 서로의 몸에 테이핑도 해주면서 국적을 떠나 사이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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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다른 운동을 통한 소통과 교감의 좋은 예도 많다. 홍콩에 있는 시슬리아시아 사무소에 프랑스 동료가 있다. 일 때문에 매일 통화하고 일 년에 미팅으로 몇 차례 만나지만 처음 몇 년간은 서로 업무적인 관계로만 지냈던 것 같다. 우연히 공통 관심사가 스키인 것을 알게 되고 함께 즐기기 위해 한국으로 초대해 용평으로 3박4일간 짧은 일정의 여행을 떠났다. 우리나라 겨울의 절경을 보여주는 강원도에서 같이 스키를 타며 훨씬 가까워짐을 느꼈다. 그 후로는 단순히 업무상으로 만나는 사이가 아니라 돈독한 우정이 생겼고 12년째 연을 이어오고 있다.

스쿠버다이빙을 같이 하면서 친해진 후배들도 있다. 몇 년 전 다 같이 호주에 다이빙을 갔을 때 미국·호주·유럽 등지에서 온 많은 외국인들이 있었다. 영어가 많이 서툴렀지만 무거운 장비를 함께 옮기고 서로 도우며 다이빙을 즐기다보니 현지인들과도 금방 친해졌다.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습득을 소홀히 하라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그러나 외국어 하나를 완벽하게 습득하고 외국인과 능숙하게 소통하기 위해 학창 시절 십수 년을 쏟아부어도 누구나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 거기에 비해 테니스든 농구든 수영이든 생활 스포츠 종목의 기본기를 배우는 데는 훨씬 적은 시간을 투자해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내가 직접 할 수 있는 운동 몇 가지를 습득해둔다면 외국인을 비롯해 그 누구와도 더 쉽게 짧은 시간에 교감을 나누고 친밀도를 높일 수 있으니 스포츠야말로 가장 효율적인 글로벌 랭귀지라 할 수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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