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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사의 위세가 대단하다. 보유 현금이 미국 연방정부 현금자산보다 많다는 뉴스로 세계인을 깜짝 놀라게 하더니 엑손모빌을 제치고 글로벌 시가총액 1위 기업에 등극했다. 애플의 성공질주는 세계 최고의 1등 기술을 확보할 경우 세상을 장악할 수 있으며 영향력 또한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세계 넘버원 수준으로 집중 육성해 미래경제의 신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기술 분야는 무엇이 있을까. 필자는 단연코 나노기술(NT)을 꼽고 싶다. 앞으로 인류 생활 전반에 걸쳐 혁명적 신기원을 열어줄 가장 유망한 차세대 과학기술 분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환경오염·온난화 해결 큰 기여 나노기술은 10억분의 1m 크기의 원자나 분자를 자유자재로 조작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물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물질의 크기가 극도로 작아지면 물리ㆍ화학적 특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나노기술을 적용하면 완전히 새로운 소재나 시스템을 창출할 수 있다. 20나노미터(㎚) 이하의 금 입자는 빨간색을, 나노 크기의 은 덩어리는 노란색을 띄는 게 그 예다. 특히 나노기술은 크기와 소비 에너지를 최소화하면서도 최고의 성능 실현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21세기 꿈의 연금술'로 각광받고 있다. 나노기술은 이미 나노 반도체 기반의 TVㆍ휴대폰ㆍ컴퓨터는 물론 LED 화면, 페인트ㆍ정수기ㆍ화장품 등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나노 시대의 서막에 불과하다. 나노기술을 적용해 지금보다 훨씬 긴 시간 동안 충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기기, 공해를 거의 일으키지 않고 연비가 월등히 좋은 자동차가 수년 안에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인류가 심각하게 겪고 있는 환경오염, 지구온난화, 자원고갈 등과 관련한 많은 문제들의 해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고령화 사회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80세 정도며 100세 가까이 장수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하지만 수명이 연장되더라도 건강을 유지하며 사는 것은 쉽지 않다. 건강하게 장수하려면 손상된 신체조직을 재생하거나 인체에 부작용이 없는 인공장기로 대체하는 것이 필요해진다. 나노소재기술을 이용해 손상된 뼈 조직을 신속히 재생시키는 약품, 생체조직이 빨리 재생되게 하는 임플란트, 부작용이 없고 오래가는 인공관절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나노입자가 암 조직세포를 찾아가 선택적으로 죽이거나 아주 초기 단계의 암을 찾아내는 것도 현실화하고 있다. 24~26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나노코리아 2011' 행사가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11개국에서 300여개 기관이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나노 전시회다. 국내외 나노기술 관련 최신 연구성과를 공유하고 산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마련된 뜻 깊은 자리다. 세계1등 기술 선점토록 격려를 이번 전시회에서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단은 지난 2002년부터 교육과학기술부의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을 통해 수행해온 우수 연구성과를 총 망라해 전시한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탄소나노튜브 나노복합재료 합성공정기술과 나노기술을 이용한 세라믹 코팅 기술, 폐수 처리에 획기적인 차세대형 분리막 등 그동안 사업단이 개발한 세계적 수준의 핵심 원천기술들을 국민 앞에 직접 소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슴이 뿌듯하다. 우리나라의 나노 기술력은 짧은 기간 안에 미국ㆍ일본ㆍ독일에 이어 세계 4위로 도약하고 1위인 미국의 80% 수준까지 근접했다. 국가 차원의 집중적인 투자, 산학연 일선 연구자들의 집념과 노력의 결과다.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우리나라 나노 분야 연구자들이 세계 1등 기술을 선점할 수 있도록 힘찬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