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IMF 10년과 케이블TV

최근 국가 환란이라는 IMF를 맞은 지 10주년을 회고하는 움직임이 다각도로 이뤄지고 있다. IMF 조기졸업을 통해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발돋움했다는 긍정적인 평가 이면에는 양극화 심화에 따른 골치 아픈 난제도 도사리고 있다. 사실 IMF는 케이블TV산업에도 일대 전환점을 몰고 온 사건이다. 지상파방송의 독과점 심화를 해소하고 다양한 영상문화 소통의 창구 역할을 위해 출범한 케이블TV가 초기 안정적인 성장에 실패한 결정적인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했던 케이블TV 채널사용사업자(PP)들에게 허용된 대기업 진입 완화정책은 IMF로 빛을 바랬다. 당시 삼성ㆍ현대ㆍ동아ㆍ진로그룹과 같은 쟁쟁한 대기업들은 지속적인 투자를 해야 하는 영상산업에 일찌감치 손을 떼버렸다. 지역케이블방송국의 경우도 타격을 입기는 마찬가지였다. 당시 공기업이었던 한국통신과 한전을 통해 국가가 책임지겠다던 케이블전송망은 IMF로 인해 공기업들에 대한 민영화 요구로 더 이상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가입자 확보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했다. 뿐만 아니라 27개 채널에 1만5,000원의 케이블TV요금으로는 사업 개시 3년, 4년이 넘도록 의미 있는 가입자 확보에 실패한 채 중계유선과의 시장 통합에 들어서며 결국 가격출혈경쟁을 벌인 결과 지금의 저가구조의 유료방송시장을 형성하게 됐다. IMF 당시 걸음마 단계에 있던 케이블TV를 포함한 국내 유료방송산업은 그 후 체질이 강화되지는 못했지만 산업 규모는 오늘날 거대하게 팽창했다. 채널 수는 당시와 비교에 약 10배 이상 증가했고 가입자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80%에 육박하며 매출액과 방송인력은 방송시장 전체의 50%에 해당할 정도로 양적 성장을 구가해왔다. 문제는 저가시장구조에 자체제작 기반이 조성되지 않는 등 질적 성장이 동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제 질적 성장을 이뤄야 할 시기에 올 초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유료시장의 콘텐츠산업은 전면 개방돼버렸다. 또한 미국과의 협상에서 지역케이블TV방송국과 같은 플랫폼시장만은 막았다고 자랑했던 정부의 성과가 무색하게 얼마 전 국회 방송특위가 통과시킨 인터넷TV(IPTV)특별법으로 KT와 같이 외국자본이 63% 이상의 의결권을 가진 기업에 시장을 전면 개방돼버렸다. 유료방송시장의 이 같은 개방이 외국자본의 절대적인 개방 압력 요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안에서부터 빗장을 열어주고 나섰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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