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월 입법전쟁을 앞두고 ‘설 익은’ 원내대표 교체설로 뒤숭숭하다.
오는 5월까지 임기인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2월 임시국회 이후 조기 사퇴하고 4선급의 중진 의원들이 후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당 안팎에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민생ㆍ경제법안 처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원내대표를 임시국회 입법성적이 나오기도 전에 흔드는 것을 놓고 여러모로 논란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여권이 민생을 뒷전으로 하고 권력 다툼에만 몰입하는 게 아니냐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로 홍 원내대표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인물을 봐도 당내 계파간 권력 다툼의 소지가 크다. 이재오 전 한나라당 의원이 최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안상수 의원, 소장파 성향의 정의화 의원, 친박근혜계의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 중립성향의 황우여 의원 등이 차기 원내대표 물망으로 자천 타천 거론되면서 은근한 계파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특히 안 의원이 물망에 오르는 것은 놓고선 친이명박계가 국정을 주도하기 위한 시나리오 중 하나가 아니냐는 관측이 분분하다. 이런 가운데 안 의원은 지난 13일 KBS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이 어려울 때 한번 더 (원내대표에 나서서) 희생하라는 권유가 많았다”며 “다수 의원들이 재출마를 요청해 오면 거절하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며 권력의지를 내비쳤다.
여권 권력다툼 논란에선 현 정권의 실세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계 역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이번 원내대표 교체론은 용산참사 직후 홍 원내대표가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의 ‘정무적 책임’을 거론하며 자진사퇴를 종용한 후부터이기 때문이다. 김 전 청장의 출신지는 이상득 의원 지역구인 경북 영일군이다.
홍 원내대표의 심기도 편치 않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국회 2차 입법전쟁을 앞두고 말에 오른 장수가 출진하기도 전에 교체론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한 소장파 의원은 “홍 원내대표의 2월 국회 입법성적표를 보기도 전에 낙마론을 제기하는 것은 정치적 명분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안상수 의원은 예전 원내대표 시절에도 ‘관리형 인사’로 꼽혔는데 이재오 전 의원계가 지지한다는 것은 꼭두각시 원내대표를 앉혀 놓고 청와대와 친이계가 여당을 입맛대로 끌고 가겠다는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