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5일 시아파 주민 학살혐의로 1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자 이라크가 극도의 긴장 상태에 빠졌다. 특히 이번 사형선고를 놓고 수니파가 ‘피의 보복’을 다짐하고 있는 반면, 시아파, 쿠르드족은 지지를 표하는 등 극단적으로 대립해 이라크 종파분쟁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후세인을 지지하는 수니파 지역인 이라크 북부와 서부에서는 벌써부터 무력 충돌 소식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북부 아자미야 지역에서는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저항세력과 경찰간 총격전이 발생했고 수니파 최고의 성전인 아부하니파 사원에는 최소 7발의 박격포탄이 떨어지기도 했다.
AFP통신은 바그다드 서부 저항세력의 거점과 라마디시에서는 미군과 무장 세력이 충돌했다고 전했다. 또 후세인의 고향인 티그리트에서는 수천명의 주민들이 통행금지 명령을 무시하고 그의 초상화를 들고 나와 선고 무효 등을 주장하며 항의시위를 벌였다. 특히 수니파 일부에서는 후세인에 대한 사형선고를 ‘미 점령군의 재판 조작의 결과’라며 ‘피의 보복’을 다짐했다.
반면 바그다드와 이라크 동부 지역에서는 후세인 사형선고를 ‘인과응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바그다드 동부 사드리시티 등에서는 그의 사형을 축하하는 총성이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후세인 집권 당시 저항운동을 벌여왔던 북부의 쿠르드족 역시 이번 선고에 지지를 표했다. 한 주민은 “이번 판결은 후세인이 수 천명의 이라크인을 학살한 데 대가를 치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반겼다.
이에 앞서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후세인 지지세력의 공격에 대비해 5일 새벽 6시부터 바그다드와 인근 2개 지역에 무기한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공항을 폐쇄시키는 한편, 시내 검문소에 치안 병력을 증강 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