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최고위원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주주나 친인척이 지분을 보유한 특수관계법인 간 내부거래에 증여세를 부과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의 7월 말 시행과 관련해 "새로운 법이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에까지 무차별적으로 적용된다"며 보완을 요구했다.
심 최고위원은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대기업에만 해당된다고 알려졌는데 실상은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에까지 적용돼 업계에 큰 충격을 예고하고 있다"면서 "한 회계법인의 분석 결과 자산 100억원 이상 3만여개 법인 가운데 증여세 폭탄 대상 중소·중견기업이 1,350개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그는 "총수 일가의 부당한 사익추구를 막기 위해 부당 내부거래를 규제하겠다는 것이 과잉돼 경제를 얼어붙게 해서는 안 된다"며 "정상적 기업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내부거래에는 증여세 폭탄이 떨어지지 않게 시행령 개정 등 제도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에서 정부와 가교 역할을 맡고 있는 이한구 원내대표도 심 최고위원의 지적에 대해 비공개 회의에서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 "정부가 시행령을 고치는 등 중소∙중견기업들이 구제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하도록 요구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내대표는 또 "정치민주화까지는 이해하겠는데 우리 사회가 아무데나 '민주화'를 붙여 이제는 매우 무책임한 인기주의 형태의 많은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감 몰아주기 과세의 불똥이 중소∙중견기업에 튄 것 등을 염두에 두며 "국민에게 인기를 얻기 위한 노력이지만 그 결과가 나중에라도 국가 전체에 큰 부담이 되고 국민에 해가 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며 "국회에서 책임 있는 자세를 갖고 각종 이슈를 다뤄주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당 최고위에서는 이날 최근 노조의 소송이 급증하고 있는 통상임금 문제에 대해 고용노동부 등의 대처가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 원내대표는 "정부가 사업장의 혼란을 수습하는 데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으며 심 최고위원은 "상황이 바뀐 만큼 정부도 지침을 바꿔 경제 회생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3월 대법원이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을 뒤집는 판결을 내놓은 후 발전회사와 조선업체 등 대형 노조들이 잇따라 수백억원대의 소송을 제기하며 임금 보전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당정청 고위 인사들은 이날 오후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새 정부 출범 후 첫 회의를 열고 일감 몰아주기 과세에 따른 부작용과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 대체휴일제 등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달 말 당정청 워크숍 이후 공식 회의는 이번이 처음으로 당정청은 고위급 회의를 한 달에 두 번가량 정례화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