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불확실성 더 커졌다"… 주요 그룹 하반기 경영계획 수립 골머리

'복수노조·실적부진·원高·대외경제 불안' 4대 리스크에 동반성장 부담까지…<br>노사관계 지형변화 예측 힘들고 초과이익공유제등 새변수 부상<br>좀처럼 회복 안되는 내수경기에 원화절상까지 겹쳐 산넘어 산<br>세계경제·기름값 불안도 큰 짐


삼성ㆍLGㆍ현대차 등 주요 그룹들이 하반기 경영계획 수립에 고심을 하고 있다. 상반기 때 불거진 각종 대내외 경영변수들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실타래처럼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적인 변수로는 복수노조 시행에 따른 노사관계 변화, 동반성장 정책 리스크, 심화되는 실적 부진 등이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장기화되는 일본 대지진 후유증 등 세계경제 불안 요인도 큰 짐이다. 원화 절상 역시 기업 입장에서는 예측하기 힘든 변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내외 변수에 하반기에는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고려할 게 너무 많아졌다"며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같은 비상상태는 아니지만 이에 준하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LG 등 주요 기업들은 하반기 경영전략 회의를 앞두고 현안 분석에 들어갔다. 삼성은 전자를 필두로 오는 6~7월에 하반기 글로벌경영전략회의를, LG는 6월에 구본무 회장이 주재하는 상반기 컨센서스 미팅(CM) 등을 실시한다. 경영계획 수립을 맡고 있는 한 그룹 임원은 "안개가 더 짙어졌다. 가시거리가 상반기 때보다 더 짧아졌다"며 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국내 변수 가운데 기업들이 우선 꼽는 리스크는 7월 복수노조 시행에 따른 노사관계의 변화다. 무노조 기업뿐 아니라 노조가 있는 기업 역시 복수노조가 노사관계 지형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예측을 못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연구개발(R&D) 노조 결성 여부다. 기능ㆍ사무직 노조와 달리 R&D 노조는 회사의 미래 핵심기술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A기업 관계자는 "대다수 기업들이 R&D 노조 설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연구 결과 R&D 노조가 1주일만 파업해도 신제품 출시가 최소 3개월, 길게는 1년 이상 늦춰지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복수노조 아래서는 노조 결성 움직임을 전혀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대기업 때리기 등 동반성장 정책 리스크도 주요 경영변수로 부상했다. 초과이익공유제,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등 이른바 동반성장을 염두에 둔 정책이 하반기에 대거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 동반성장 정책이 2012년 총선과 대선과 맞물려 어디로 튈지 전혀 예측하기 힘들다는 데 있다. 실적 부진도 최고경영자(CEO)들의 고민이다. 자동차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국내 산업계는 올 1ㆍ4분기를 기점으로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마감했다. 내수 부진에다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글로벌 경기침체 등이 겹쳐 있어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연초에 세워놓은 매출과 영업이익 목표는 사실상 달성이 불가능한 목표가 돼가고 있다. 하반기에 다소 실적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개선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B사 관계자는 "도대체 매출을 늘릴 호재가 보이지 않는다"며 "내부적으로 연초에 정해놓은 매출 목표를 하반기 때 하향 조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 변수도 만만치 않다. 마무리될 것 같았던 유럽 위기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데다 유가도 불안한 보합세가 지속되고 있는 등 국제 요인이 개선되기는커녕 불확실성만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장기화되는 일본 대지진 여파는 국내 정보기술(IT) 산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일본 지진 여파의 반사이익이 일부 나타나고 있지만 사태 장기화는 국내 산업과 수출에도 치명타를 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재고 소진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지진 이후 조달 창구를 다변화했지만 이에 따른 효과는 크지 않다"며 "자체적으로 조사해본 결과 6월 이후 일본으로부터 부품ㆍ소재 조달이 어려울 경우 IT 업종이 큰 타격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원화 절상도 기업들의 머리를 아프게 하고 있다. 국내외 변수가 한데 어우러져 하반기는 원화 절상 속도가 가파르게 이뤄질 수 있어서다. 무역협회 등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의 환율 수준이 영업이익을 보존하기 어려운 상태다. 수출 기업의 올해 적정 환율은 1,150원대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환율 절상은 계속 되는 이슈지만 하반기 상황은 좀 다르다"며 "대다수 기업들이 연초에 전망해놓은 환율을 이미 수정한 상태지만 하반기 경영계획 수립 때 또 한번의 환율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달러당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연간 영업이익이 2,000억~3,000억원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태 국제무역연구원 원장은 "원화의 가격 결정권이 없는 상황에서 환율 절상은 이익의 마이너스로 연결된다"며 "국내 간판 기업도 환율 앞에서는 맥을 못 추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경영의 핵심은 예측가능 변수인데 하반기에는 불확실성이 더 커지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예측 자체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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