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5월 3일] 천안함과 한국인

"미안합니다. 그리고 또 미안합니다. 그대들을 천안함 속에 남겨둬서 미안합니다. 그대들과 함께 끝까지 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지난 29일 치러진 천안함 희생자 영결식. 김현래 해군 중사의 추도사는 온 국민의 가슴을 적셨다. 그렇게 침몰에서 영결식까지 34일간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천안함 사태는 전국민의 애도 속에 일단락됐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특히 한국인의 정서에서 비롯되는 상반된 모습들을 보면서 우리가 고쳐야 할 문제는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됐다. 이번 사태를 보는 일반인들의 시각은 가지각색이었다. 우선 일각에서는 유가족들의 반응이 너무 유난스럽고 서해교전 전사자들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이는 침몰소식을 듣고 달려온 가족들이 오열하고 군수뇌부에 거칠게 항의하는 모습에 나온 얘기다. 2009년 11월 부산사격장 화재사건 때 일본인 유가족들이 보여줬던 슬픔을 절제하는 모습이 성숙한 태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누가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을까. 부모나 아내로 멀쩡했던 자식과 남편이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모습으로 눈앞에 나타났을 때 터져 나오는 울음과 격한 반응은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행동이다. 한국인들의 정서에는 '정(情)'과 '한(恨)'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가족 간의 끈끈한 정, 평소에 잘 해주지 못했던 아쉬움과 미안함이 한이 돼 눈물과 울부짖음으로 표현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나를 데려가라"는 노모의 외침은 이를 잘 보여준다. 어찌 보면 한국인이기에 당연한 모습이다. 특히 전국민의 애도물결과 성금모금 등은 슬픔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우리만의 특성을 잘 드러내는 사례다. 반면 한국인의 특성상 근본적인 구조개혁이나 명확한 원인규명 없이 이번 사태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잊혀지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쉽게 끓어올랐다가 금방 식는다. 과거 서해교전 전사자들에 대한 관심도 그 때뿐 정부나 국민은 이들을 금세 잊었다. 천안함 침몰에서 드러난 초기 대응의 문제점과 사태 수습의 미숙함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철저한 원인규명으로 가릴 것은 가리고 유가족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해줄 수 있어야 하겠다. 다시 한 번 옷깃을 여미며 천안함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