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실적 개선됐지만 빚 급증 '외화내빈'

■ 23개 공기업 작년 결산 들여다보니… 총매출 95조에 순이익 706% 증가 불구<br> 부채비율 153% 달해 재무상태 '빨간불'<br> 국책사업 담당이 원인… "통제장치 필요"


정부가 공기업의 돈을 쌈짓돈처럼 사용한 대가가 지난해 경영실적에 그대로 드러났다. 기획재정부가 16일 발표한 2009회계연도 23개 공기업 결산을 들여다보면 겉만 화려한, 말 그대로 '외화내빈(外華內貧)'이란 말이 딱 적당하다. 경영성과는 많이 개선됐다지만 부채가 너무 많이 늘었다. 23개 공기업 부채가 처음으로 200조원을 돌파하고 부채 비율이 150%를 넘어선 것은 공기업의 재무상태에 빨간 불이 켜졌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빚의 대부분이 정부의 국책사업을 떠맡은 데 따른 것이어서 사실상의 나랏빚이나 다름없다. 전문가들은 공기업에 대한 중장기 채무계획을 지금부터 짜놓지 않으면 재정건전성에 두고두고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겉으로는 개선됐지만=23개 공기업의 지난해 경영실적을 보면 총매출은 95조3,801억원, 영업이익은 2조2,76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0.2%, 62% 증가했다. 순이익은 2조3,379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706.7%나 늘어났다. 공기업 실적이 이처럼 좋아진 것은 전반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 및 환율안정 등 경영여건 개선의 영향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특히 매출 1위(전체의 35.3%)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유가ㆍ환율 안정 및 자회사 이익으로 순이익이 2조9,000억원 이상 증가한 영향이 컸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실적개선에 마냥 좋아할 게 아니다. 무엇보다 공기업 부채가 너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점이 우려된다. 지난해 23개 공기업의 총부채는 213조2,042억원으로 전년 대비 20.4% 증가하면서 사상처음으로 200조원을 넘어섰다. 총자산이 352조원으로 전년보다 13.6%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자산보다 빚의 증가속도가 훨씬 빠른 것이다. 공기업의 부채비율은 153.6%로 전기 대비 20.1% 증가했다. 2005년에 공기업 부채가 99조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불과 4년 만에 두 배 이상 폭증한 셈이다. ◇공기업 채무계획 절실=공기업 부채가 이처럼 크게 늘어난 것은 정부의 국책사업을 공기업들에 사실상 떠맡겼기 때문이다. 부채비율이 무려 524.5%에 달하는 토지주택공사의 경우 위례신도시ㆍ동탄2신도시 등 사업확장과 보금자리주택 등 임대주택 건설로 부채가 23조5,000억원 증가했다. 수자원공사는 경인아라뱃길과 4대강 사업 초기투자 등으로 부채가 1조원 늘었고 철도공사는 인천공항철도 인수를 위한 차입금 증가로 부채가 2조원 증가했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공기업은 부채가 늘면서 그에 대응하는 자산이 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며 "다만 부채가 급증하는 것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책사업을 떠맡느라 늘어난 공기업 부채는 결국 국가의 짐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공기업의 빚은 국가채무와 무관하다는 논리를 내세우지만 국책사업이 예상했던 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늘어난 자산의 가치는 사실상 제로가 되고 만다는 점에서 문제는 심각하다. 황성현 인천대 교수는 최근 국회 토론회를 통해 "공기업이 재정에서 해야 할 사업을 대신 담당하는 것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행정부 및 국회 차원의 통제장치가 필요하다"며 "공기업 재무건전성 악화로 국가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경영평가가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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