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2월 3일] 남의 돈으로 인심 쓰는 국회

국회의원의 예산 증액은 흔히 남의 돈으로 인심 쓰는 일이라고 한다. 특정 국회의원이 국민의 혈세를 개인이름으로 출신 지역구에 배정, 생색을 내는 경우를 지적한 말이다. 이는 국회의원이 의정활동을 통해 중요 국사를 논의하면서도 출신 지역 주민의 이익도 대변할 수밖에 없는 현실정치에서 다소간 이해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하지만 분명히 할 것이 있다. 대의기관 국회의 구성원인 국회의원의 중요 임무는 국민을 대표해 정부의 예산 편성과 집행을 감시하고 통제해 국민이 낸 세금을 한 푼이라도 아끼는 것이다. 예산은 국민으로부터 걷은 돈이고 재원이 한정돼 있으므로 정부가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도록 해야 하는 원칙이다. 이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누군가는 꼭 필요한 지원이 없어 억울하고, 누군가는 쥐어 준 돈 때문에 자립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 특히 현재 심의 중인 새해 예산은 '총선 예산'이라는 것이 국회의 분위기다. 오는 2012년 4월 예정된 19대 총선은 새해 예산이 집행된 직후 열리기 때문이다. 출신 지역구의 새해 예산을 챙기지 않으면 유권자의 비난을 받아 19대 총선 때 낙선할 수 있다는 국회의원들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실제 여야 의원들이 2일 현재 12개 상임위에서 의결된 새해 예산안을 들여다 보니 늘린 것은 모두 4조원에 가까운데 줄인 것은 7,000억여원에 불과했다. 일례로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위원들이 농림수산식품부 예산 심사과정에서 1조5,000억원을 증액한 내용을 보면 기가 찬다. 증액요구사항 109건에는 각 사업별로 농식품위 위원의 이름이 달려있고 여지 없이 그 위원의 출신 지역구를 지정해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동료 의원들이 삭감하기 어렵도록 여야 의원 12명이 공동으로 수천억을 요청한 경우도 있다. 그렇지않아도 우리 농업은 단기 처방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느라 구조적인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회의원과 지역주민이 물색없이 늘린 예산에 기뻐하는 사이 대한민국 농업 전체가 새해에도 소탐대실(小貪大失)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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