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영업용 고객 정보 공유 금지 후폭풍

금융지주 계열사간 경영전략 다시 짠다

보험사, TM조직 대폭 축소에 DB 비용부담 크게 늘어 비상

시행령 등 세부지침 마련되면 매트릭스 체제 궤도수정 불가피


20대인 박모씨는 최근 한 대형 유통업체로부터 뜬금없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박씨는 "직원이 '고객님, 보험사에서 좋은 정보가 있으면 소개해드리려고 하는데 동의하시죠'라고 묻더라. 그래서 무슨 말이냐고 다시 물었더니 앵무새처럼 '보험 관련 유용한 정보 알려드리려고요'라는 말만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영업 목적으로 보험사에 정보를 넘겨도 되는지 여부를 묻는 것이었지만 얼렁뚱땅 넘어가는 듯해서 그냥 '싫다'고 끊어버렸다"고 털어놓았다.


금융지주 계열사 간 마케팅 목적의 정보공유가 고객동의 없이는 불가능해지면서 금융사의 영업전략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텔레마케팅(TM) 조직을 대거 축소하고 제휴기업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영업채널 전략에 큰 변화를 주는 금융사가 적지 않다.

금융지주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보공유와 관련한 기준을 정했다고는 하지만 해석에 애매한 부분이 있고 정책방향도 혼선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시행령 등 세부지침이 마련되면 그간 강화돼왔던 매트릭스 체제에 적잖은 궤도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온다.

◇비용증가로 영업채널 조정 등 대책 부심=한 대형지주 소속 보험사는 TM 인력이 30명 수준에 불과하다. 정보유출 사태 이전만 해도 250~300명가량 됐던 것을 감안하면 올 상반기에 10%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 사실상 TM 사업을 접었다 해도 무방하다.


이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은행·카드 DB를 사용하지 못하면서 DB 구입에 따른 비용지출이 불가피해졌는데 이를 감수하기보다는 다른 채널을 통해 수익감소분을 메우는 게 낫다는 판단을 했다"며 "온라인 채널에서 보험료가 저렴한 상품을 가입하게 만들어 이 고객들에게 2차 상품을 판매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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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러나 "온라인 판매를 통해 자체 DB도 만들어야 하는데 온라인 판매가 저조하다 보니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TM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금융사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보험사들은 유통 업체, 홈쇼핑 업체 등 제휴업체 DB 활용도를 높이고 있는데 DB 구입비용은 비용대로 물고 고객동의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아 고민이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DB 가격이 기존 건당 1,000~5,000원에서 2,000~1만원으로 두 배 정도 올랐지만 DB의 질은 하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요즘에는 고객동의도 예전에 비해 어려워 실제 고객의 보험가입 건수 등 판매결과를 감안해 DB 가격을 책정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지주사 소속 보험사도 최근 보험대리점(GA) 비중을 꾸준히 늘리면서 규제 여파가 큰 TM 부문 비중이 갈수록 감소하는 추세다.

◇"정보공유 애매한 부분 많아" 금융지주 경영전략 수정될 듯=사업그룹별로 조직체계를 나누는 등 계열사 간 시너지 강화에 힘써 온 금융지주의 고충도 커지고 있다.

당국이 고객정보를 가지고 상품과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할 때는 정보공유를 허용하고 정작 이런 상품 등을 판매하기 위한 정보공유는 불허하면서 금융지주의 장점이 희석되고 있는 탓이다.

고객 입장에서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맞춤형 서비스나 상품에 대한 정보를 얻을 권리가 제한되는 문제가 있다.

한 대형 지주사 고위임원는 "고객에게 제공돼야 할 그룹사 간의 시너지 상품이나 서비스는 그룹사를 하나의 회사로 보고 자유로운 정보공유가 있어야 가능한데 이를 금지해 난감하다"며 "정보는 공유하되 그에 대한 보안은 분리해서 생각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계열사 간 정보공유가 내부 경영관리 목적에 한해 풀렸지만 무엇을 경영관리로 볼지도 불분명하고 고객에게 정보공유 공지를 통보하도록 한 것도 부담"이라며 "고객 통지의 경우 고객들이 정보 오남용이라는 불필요한 오해를 할 수 있어 금융권 불신이 깊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책방향의 엇박자를 꼬집는 목소리도 들린다.

한 대형 지주사 고위임원은 "복합점포 허용으로 오프라인에서는 정보공유가 사실상 풀린 형태인데 온라인이나 TM 영업에서는 여전히 규제를 가하겠다는 발상이라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며 "이달 말 발표되는 지주사 경쟁력 방안에서 이런 부분을 해소하도록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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