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금융시장도 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는 동시에 여론전을 전개하고 로비스트를 고용하는 등 법안 저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난제를 앞둔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또 하나의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올해 연준 창립 101주년을 맞아 공화당은 사상 유례없는 칼날을 들이댈 계획이다.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던 미 하원은 지난해 말 연준 통화 정책의 원칙과 전략을 의회에 미리 설명하고 미 회계감사원(GAO)이 연준 회계를 감시하도록 하는 법안을 333 대 92라는 압도적인 표 차이로 통과시켰다. 민주당 의원 106명마저 찬성표를 던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워싱턴 정가의 반(反)연준 기류가 만만치 않은 셈이다.
공화당은 올해 상원에서도 이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킬 기세다. '연준감사법안'(Audit the Fed)을 주도하는 랜드 폴(공화·켄터키) 상원의원은 "의회는 100년 전 연준을 창설했지만 그동안 너무나 많은 임무를 포기했다"며 "이번 법안은 의회 권력을 다시 찾기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민간 대형은행의 대표자들로 구성된 연준이 금융시장과 실물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국민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비판한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연준의 돈 풀기로 은행들과 부자들은 신이 났지만 빈부격차는 심화됐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나아가 공화당 의원들은 금융위기 때 정부 구제금융의 손발을 묶는 법안을 논의 중이다. 로이터는 "돈줄이 마른 은행에 대해 단기 대출을 제한하고 오직 파산만 가능하도록 하는 게 주요 내용"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공화당의 움직임에 대다수 전문가들은 비판적이다.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는 "비정상적인 시기에 연준이 통화정책을 기계적으로 운용하는 게 가능할 지 의문"이라며 "특히 구제금융을 제한하면 위기 때 마지막 대부자로서의 중앙은행의 능력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화당의 공세가 심상찮은 양상으로 흘러가자 연준에는 비상이 걸렸다. 당장 이달 들어서만 3명의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이 여론전에 나섰다. 제프리 래커(리치몬드), 리처드 피셔(달라스), 찰스 플로서(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의회가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치적 목적으로 통화정책을 펴면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맹비난했다.
유일한 공화당 추천 인사인 제롬 파월 이사도 "다른 선진국을 보더라도 중앙은행들이 정치인 입김을 벗어나야 효율적인 통화정책이 가능하다"며 "연준 감사는 미 경제에 큰 비용과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도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악몽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준은 공화당 달래기에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하자 공화당 출신의 로비스트를 대거 고용해 가교 역할을 맡기고 있다.
시장의 관심사는 관련 법안이 실제 시행될 지 여부다. 현재로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폴 의원은 30명의 상원의원 지지를 받아냈지만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등을 피하려면 60표가 필요하다. 현재 공화당 의석 수는 54석이다. '월가의 개혁 기수'로 민주당 내 영향력이 큰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연준 규제와 감독 실수에 대해 의회가 압력을 넣을 필요는 있다"면서도 "공화당 법안은 금융 안전성과 글로벌 경제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반대한다"고 밝힌 상태다.
더구나 이미 거부권 의사를 밝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넘어서려면 2/3 이상인 67표가 필요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존 힐센래스 연준 전문기자는 "오바마 대통령과 12명의 연은 총재들이 모두 옐런 의장의 편"이라며 "전임인 버냉키 의장처럼 옐런 의장도 의회와의 싸움에서 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속단은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연준과의 전면전을 랜드 폴, 테드 크루즈(텍사스) 등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들이 주도하고 있는데다 연준에 대한 미국민의 반감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또 일부 민주당 의원들도 연준이 월가와 지나치게 유착돼 있다고 비판하고 있어 반란표가 나올 수 있다. 로이터는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관련 법안을 국토안보부 예산에 끼워넣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블라인더 교수도 "미래 일을 누가 알겠느냐"며 "올해는 연준에게 정말 무서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