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매트릭스' 도입 싸고 끊임없는 잡음

■우리금융지주에 무슨일이…<br>노조 "자회사 통제권 강화 수단"<br>지주사 "계열사간 시너지 창출"


우리은행 건물 앞에는 오전8시만 되면 어김없이 은행 노동조합원들이 모여 시위를 벌인다. 노조가 투쟁에 나선 지도 벌써 35일째. 지주회사에서 추진하는 매트릭스 체제 도입과 카드 분사를 반대하기 위해서다.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매트릭스 도입의 정당성과 카드분사의 장점을 밝히기도 했다. 도대체 쟁점이 무엇이기에 우리금융이 두 편으로 나뉘게 된 것일까. 은행 노조와 지주 측의 생각이 크게 다른 부분은 바로 매트릭스 체제 도입이다. 매트릭스란 은행ㆍ증권 등 법인별로 업무 성격이 같은 부서를 사업부문(BUㆍBusiness Unit)으로 묶어 BU장이 해당 분야를 총괄하는 체제를 말한다. 예를 들어 은행과 증권에서 따로 영업하던 프라이빗뱅킹(PB) 업무를 자산관리BU에서 총괄하는 방식이다. 우리금융은 먼저 기업금융과 자산관리 부문에서 매트릭스를 적용할 예정이다. BU는 해당 법인에 속해 있기도 하지만 지주 회장의 지시를 받는다. BU장을 지주 회장이 임명하기 때문이므로 은행의 반발도 여기에서 시작된다. 우리은행 노조는 지주사 회장이 자회사 통제권을 보다 강화하기 위한 편법이라고 주장한다. 우리은행노조 관계자는 "은행장과 BU장에게 각각 보고하고 업무 지시도 따로 받는 2중 체계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는다"며 "지주 측에서 굳이 매트릭스를 도입하려고 하는 것은 회장 직할체제를 보다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주 측은 계열사 간 시너지를 창출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매트릭스 체제로 변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HSBC 등 글로벌 금융기관과 하나금융지주 등이 매트릭스를 운용하고 있다며 매트릭스 도입을 역설했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은행과 증권의 고객이 중복되는 등 제대로 시너지를 내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며 "글로벌 금융사들은 전쟁에 육해공군이 함께 나오는데 우리는 육군만 갖고 전쟁을 하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또 예를 들어 퇴직연금 유치전에서도 같은 회사를 두고 은행과 증권이 함께 나서는 예가 많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금융권에서는 매트릭스에 대해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업무를 중복으로 처리하는 데서 오는 불필요한 내부 갈등과 혼선에 따른 부작용이 더 크다는 것이다. 굳이 매트릭스 체제를 도입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정서상 책임소재와 권한이 명확하지 않으므로 지주 회장이 업무지시를 내리면 업무추진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도 있다. 금융지주사의 한 관계자는 "우리와 신한 등 최근 금융지주사들의 잇단 매트릭스 체제 도입은 지주사의 자회사 지배력을 더 강화하려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계열사와 함께 나설 경우 특정 계열사는 밑질 수 있지만 그룹 차원에서 보면 더 큰 이익을 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고객 입장에서 서비스를 강화하려는 것이지 계열사 지배강화 의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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