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초심 잃지 않는(?) 참여정부

“역대 정권은 임기 말이면 어김없이 재벌과 타협했다. 투자를 앞세운 재벌의 요구에 굴복한 탓이다. 하지만 참여정부는 다르다. 결코 초심을 잃지 않는다.” 얼마 전 만난 여권의 한 관계자가 확신에 찬 어조로 기자에게 내뱉은 말이다.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그의 말이 결코 허언은 아닌 듯싶다. 기업지배구조나 수도권 공장 설립, 노사 문제 등 모든 것들이 갈수록 더 기업을 옥죄는 듯한 느낌이다. 기업들은 한결같이 꽉 막힌 벽에 둘러싸여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심지어 대기업들이 국내에서 비판받지 않으려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행해야 한다며 아예 지주회사로 바꾸라는 충고까지 거침없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는 것도 문제지만 정작 그 속마음에는 ‘기업=악, 정부=선’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이 깔려 있다는 의구심을 감출 수 없다. 항상 사고만 치는 재벌을 정부가 나서 규제라는 틀에 묶어놨기 때문에 그나마 정신을 차리고 있다는 오만함마저 물씬 풍기고 있다. 요즘 같은 글로벌시대에는 오히려 기업이 국가나 정부를 선택한다는 냉혹한 현실을 애써 외면한 채 말이다. 권위 있는 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후진국들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정도로 규제 수준을 낮춘다면 최소한 매년 3%씩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한다. 규제가 얼마나 무서운 독약인가를 생생히 보여주는 사례다. OECD 회원국인 한국이 과연 어느 수준에 있는지는 따로 얘기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최근 전국을 들끓게 만들고 있는 부동산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초심을 잃지 않고 시종일관 부동산대책에 매달린 결과는 참담할 정도다. 단지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덕택에 세수증대 효과를 거뒀다고 한다면 따로 할말은 없다. 이제라도 굳이 초심을 지키겠다며 애써 명분에 집착하는 행태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 ‘아니면 말고’식의 잘못된 정책 집행이 우리 사회에 미친 부작용은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다. 요즘 시중에는 역대 대통령들의 운전 습관을 빗댄 우스갯소리가 나돌고 있다. 참여정부는 아마도 산을 내려올 때도 남다를 듯하다. 여느 등산객과 달리 산 밑을 보지 않고 눈은 여전히 산꼭대기를 향한 채 거꾸로 내려오는 모습이 눈에 선한 듯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