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정의선 부회장 현대차 지분 전격매입… 쏟아지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

"현대차 중심으로 재편 가능성" 관측도

'모비스 정점' 시장 예상과 달라 추가 지분확보 예상 종목 관심을

"당분간 현대차·글로비스 강세"



정의선 현대차(005380) 부회장이 5,000억원을 투자, 전격적으로 현대차 지분을 매입한 것을 계기로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정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086280)와 현대모비스(012330)의 합병 등을 통해 현대차 1대 주주인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현대차 지분 매입을 계기로 현대차를 정점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의 본격적인 경영권 승계 작업이 임박한 만큼 지배구조 개편 방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했거나 추가 지분확보가 예상되는 종목을 투자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는 전일 대비 2.53%(4,000원) 오른 16만2,000원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현대글로비스(7.33%), 현대모비스(3.49%) 등 현대차 그룹주들이 일제히 강세로 마감했다.


정 부회장은 전날 장 마감 후 시간 외 대량매매를 통해 현대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차 주식 440만주 가운데 316만4,550주를 약 5,000억원에 사들였다. 이로써 정 부회장은 기존 보유주식 6,445주를 포함해 현대차 주식 총 317만955주를 보유, 단숨에 현대차 지분 1.44%를 확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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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분 매입에 대해 현대차그룹 측은 승계 작업과는 무관한 결정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가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정 부회장의 현대차 지분 매입 소식이 이어진 것은 그룹 순환출자 고리 해소와 후계 구도 완성을 위한 일련의 과정이 진행 중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분석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도 "시기적으로 현대모비스의 자사주 매입에 이은 정 부회장의 현대차 지분 매입은 지배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정 부회장의 현대차 지분 매입이 향후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선택 옵션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로 형성돼 있다. 때문에 그동안 시장에서는 정 부회장이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 지분 매각을 통해 마련한 자금 약 1조원을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놓여있는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게 제기돼왔다.

하지만 정 부회장이 예상과 달리 현대모비스가 아닌 현대차 지분 매입에 먼저 나서면서 지배구조 개편의 시나리오도 한층 다양해지게 됐다. 이상현 연구원은 "그동안 현대모비스를 정점에 둔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가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지만 이번 지분매입을 계기로 현대차를 정점으로 그룹이 재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며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동시에 정점에 세우는 방법도 가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대모비스를 정점으로 한 기존 시나리오는 증손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하는 현행 공정거래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추가 지분 확보를 위한 자금 부담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정 부회장의 지분율이 높은 현대글로비스를 활용해 현대모비스와 지분 교환 또는 합병하거나 현대차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투자회사를 현대모비스와 합병시키는 등 그룹 측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정 부회장의 이번 현대차 지분매입이 당분간 현대차와 현대글로비스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했다. 임은영 연구원은 "현대차는 폭스바겐 사태의 반사이익에 정 부회장의 지분 취득이라는 호재가 더해지면서 주가 상승이 예상된다"며 "아울러 여러 지배구조 시나리오를 고려할 때 현대글로비스의 중요성도 재차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정 부회장의 현금 활용처가 현대모비스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현대모비스는 주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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