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리빙 앤 조이] 아이와 함께 떠나는 가족여행

유아 동반은 체류형, 어린이 가족은 탐방여행 선호<br>5세 미만 아이 가진 엄마 겨냥 베이비시터 동행 여행 상품도




최근 세계적인 금융 위기로 해외 여행 규모가 줄고 있지만 자녀를 동반한 여행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거운 편이다. 우리나라 사교육비 규모는 지난해 총 20조 400억원에 이르며, 과목별로는 영어 사교육비가 6조1,283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과열 양상을 보이는 영어 교육에 대한 투자는 주로 학원이나 과외, 단기 영어 연수로 나타나지만 해외 여행의 경우 언어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다문화 체험과 자립심, 책임감 등 다양한 인성 교육 효과도 함께 얻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조화로운 교육으로 지목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9살인 진형이는 여행이 취미인 아빠, 엄마 덕분에 두 살 때부터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제주도ㆍ정동진ㆍ지리산ㆍ남해 등 국내 명소는 물론 유럽(2001), 싱가포르(2001), 일본(2003), 홍콩(2004, 2007), 팔라우(2006), 중국(2007), 태국(2006, 2007) 등 웬만한 해외 유명 관광지까지 섭렵했다. 진형이의 여행 기록은 다채롭다. 태어나 최초로 갔던 해수욕장이 프랑스 니스 해변, 최초로 올랐던 산 정상이 스위스 융프라우산이었다. 또 여덟 살 때는 혼자 국제선 비행기를 타고 홍콩에도 다녀왔다.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미성년자 동반(UM; Unaccompanied Minor) 서비스를 이용했다. 아빠가 인천 공항까지 가서 비행기를 태워 줬고, 홍콩 공항에서는 고모가 마중을 나왔다. 그러다 보니 진형이가 가장 즐겨보는 책은 ‘나의 첫 지도책’이다. 잠잘 때 침대 위에는 커다란 지구본 스탠드가 돈다. 나라와 수도 이름 맞추기는 아빠와 즐겨 하는 놀이다. 다른 나라의 음식을 즐기는 것도 진형이의 취미(?) 중 하나다. 어려서부터 여러 나라를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나라의 지리와 문화에 대한 관심이 생긴 것이다. 영어를 배우는 데도 거부감이 없다. 부모가 공항에서, 호텔에서, 혹은 길에서 외국의 낯선 사람들과 얘기할 때 영어를 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봐왔기 때문이다. 한국은 세계의 일부이고 다른 세계와 통하기 위해서는 외국어를 하나쯤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몸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경제 사정이 안 좋아지고 있지만 아빠는 진형이의 다음 여행지로 인도를 생각하고 있다. 이번에 갈 때는 진형이가 자기의 배낭을 메게 할 계획이다. 또 물질적으로 큰 부족 없이 자라 온 아들에게 또 다른 세상의 존재를 보여줄 작정이다. 여행은 살아 있는 경제교육인 동시에 세계를 온몸으로 체험하면서 자신을 키울 수 있는 가장 좋은 학습이기 때문이다. 자녀 동반 해외 여행은 비단 아버지만의 몫은 아니다. 요즘에는 직장 생활로 시간이 없는 아버지 대신 어머니가 자녀의 해외 여행을 계획하고 동행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두 돌이 갓 지난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22일 동안 유럽 자유 여행을 했던 주부 최정진씨(38)는 "유럽은 무조건 베이비 퍼스트(baby first)다. 유모차를 밀고 바티칸 박물관에 갔더니 긴 줄을 설 필요가 없었다. 지하철, 버스도 우선이다. 아들 유모차 덕에 내가 오히려 덕을 봤다"며 '유럽 유모차 여행'을 적극 권했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하는 자유 여행을 위해서는 꼼꼼한 준비가 필수다. 요새 같은 고환율 시대에는 특히 '여(旅) 테크'가 중요하다. 정보가 곧 여비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또 어린이 동반 여행에는 주의할 점도 많다. 자녀가 어릴수록 '안전'과 '건강'이라는 요소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녀 동반 여행에서는 여행자 보험이 필수다. 여행지가 유럽, 일본, 싱가포르, 홍콩인 경우에는 자녀의 나이와 상관없이 여행이 가능하다. 비교적 안전한데다 만약의 상황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반면 동남아 국가로 여행할 경우에는 대도시 위주로 여행하고 아이가 어릴수록 이동거리를 줄이며 리조트 휴식형의 여행이 좋다. 여행 업계에서는 가족단위 여행시장 규모를 연간 약 3조원 정도로 추산한다. 특히 맞벌이로 인해 가구의 소득이 점점 늘어나고 저출산 현상이 확산되면서 가족 단위 여행객이 크게 늘고 있다. 이와 관련 통계청은 지난 상반기 ‘2008년 블루슈머 7개의 키워드’ 중 하나로 ‘골드 키즈(Gold Kids)’를 꼽은 바 있다. 하나투어의 통계에서도 매년 해외 여행을 떠나는 여행객의 연령대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만 2세부터 12세 미만 어린이의 비중이 지난 2005년 3만 1,415명에서 2006년 5만 7,074명으로 81.6%나 증가했으며 지난해에는 이보다 64.1% 늘어난 9만 3,635명으로 나타났다. 지난 해의 통계를 살펴 보면 유아를 가진 부모들은 동남아, 남태평양, 일본 지역 순으로 대부분 휴양지 리조트를 많이 찾는 반면 어린이를 동반한 부모들은 동남아, 중국, 일본 순으로 여행을 해 다양한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지역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10대 청소년은 일본과 중국의 순서만 바뀔 뿐 이들 역시 동남아, 일본, 중국으로 많이 떠나는데 특히 수학 여행 등 단체 여행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하나투어의 이종창 동남아마케팅팀장은 “지난 여름방학 기간 동남아 지역으로 체험이나 교육여행을 떠났던 고객 층을 분석해 보면 상당수 가족단위 여행객이 홍콩, 푸켓, 싱가포르 등으로 떠났고 동행했던 아이들의 연령대는 2세 이상에서 12세 미만의 어린이가 대부분”이라며 “동남아 지역은 비행시간이 짧아 부담이 없고 미주나 유럽보다는 학습적 요소는 적지만 놀이와 체험이 함께 가미돼 있어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놀이와 체험, 두 가지 요소를 함께 찾는 가족 여행객의 증가로 가족 여행을 선도하는 대표적인 상품은 바로 동남아 리조트 패키지다. 4~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신혼 여행지로 인기 있던 PIC, 클럽메드 등 리조트 상품은 이제 대부분 가족 여행 상품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미니 클럽이 발달된 클럽메드의 경우 전체 고객 중 60% 이상을 가족 여행객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하나투어 통계에서는 특히 동반 가족 중 어머니의 비율이 63%로 아버지 보다는 어머니와 동반 여행을 다녀오는 사례가 많았으며 연령으로는 30대 중반부터 40대 중반의 어머니가 주류를 이뤘던 것으로 나타났다. 즉 유치원부터 초등학교까지 아동을 자녀로 둔 어머니들이 동반 여행을 많이 떠났다는 분석이다. 직장 생활로 시간적 제약이 많은 아버지 대신 상대적으로 아이에게 몰두할 여유가 있는 어머니들을 중심으로 해외 체험이나 교육 여행이 크게 늘고 있는 사실을 반증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최근 영유아를 동반한 어머니 고객들의 최대 관심사인 편리성과 안전성에 초점을 맞춘 해외 여행 상품도 선보이고 있다. 옥션여행과 CJ월디스가 내놓은 ‘맘스투어’는 여성부에서 발급하는 보육교사 자격증을 소지한 전문 베이비시터가 동행하는 것으로 15개월 이상 만 5세 미만의 아이를 둔 엄마 고객을 대상으로 한 국내 최초의 해외여행 패키지 상품. 아기 3명당 1명의 검증된 베이비시터가 동행해 아기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방수 기저귀, 유모차 등 각종 아기용품과 물놀이 세트, 아기음식, 응급처치약품 등을 완비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맘스투어와 제휴를 맺은 중국의 하이난 캠핀스키의 경우 리조트 내에서 24시간 응급 의료 서비스가 가능하고 가까운 곳에 위치한 병원과 연결돼 있어 안심하고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옥션여행 박상화 부장은 “대부분 가족여행 상품이 적어도 유치원생 이상의 아이와 함께 떠나는 상품인 데 비해 맘스투어는 20대 후반~30대 초중반의 엄마들을 겨냥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상품을 공동 개발한 CJ월디스 양일웅 해외영업팀장은 “가족 여행 상품은 외둥이 자녀에 대한 부모들의 투자가 늘면서 앞으로도 매년 50% 이상 성장이 예상되는 시장”이라며 “가족형 상품도 리조트 단독 상품 보다는 리조트에서 단기 외국어 클래스 참가 프로그램 운영 등 차별화 한 틈새 상품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맘스투어를 통해 중국에 5살 짜리 외동 아들과 여행을 다녀온 김인숙씨(46)는 “11년만에 얻은 귀한 아들이라 그 동안 변변한 여행 한 번 가지 못하고 보호만 했는데 막상 해외 여행에서 아이가 잘 적응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 더 자주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패지키 상품이 아닌 경우 해외 여행을 어머니가 자녀와 단 둘이 다녀 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최근 자신의 자녀 동반 해외 여행기 ‘아이와 함께 떠나는 리조트 여행’(행복한 상상 펴냄)을 출간한 이수경씨(39)는 현재의 여행 베테랑이 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소개했다. 이씨는 “5년전 첫 여행지로 피지를 선택했을 때는 단지 가격 만을 기준으로 판단했지만 사전 준비 없이 떠나다 보니 오히려 현지에서 제대로 여행을 즐기지 못했다”면서 “아이와 함께 떠나는 첫 해외 여행지로는 비행 시간이 짧고 리조트가 밀집한 지역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여러 번의 시행 착오를 거치면서 두 남매를 동행해 여행을 다닌 지 5년이 지난 지금 11살 동재와 7살 연재 모두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이 없을 뿐만 아니라 다문화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점을 가장 큰 소득으로 꼽았다. 이씨 처럼 자녀의 교육적 목적으로 해외 여행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면서 네이버나 다음 카페에도 수백개의 자녀 동반 여행 동호회가 생겨나고 있다. 4만 8,600여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인터넷 카페 ‘아이와 함께 여행을(http://cafe.naver.com/travelwithkids.cafe)’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김민숙씨(32)는 얼마 전 임신 5개월 상태에서 4살 짜리 딸아이를 데리고 미국에 일주일간 여행을 다녀왔다. 20대부터 여행을 워낙 좋아했던 그녀는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임산부와 유아에 대한 배려가 잘 되어 있어 여행을 하기 어렵지 않았다”면서 “딸 아이가 2돌이 지날 때부터 해외 여행을 많이 따라 다녀서 그런지 외국인을 보면 영어로 안부를 묻는 등 의사 소통에 두려움이 없이 적극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영 아동발달심리센터 소장은 “여행은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다른 세상을 직접 몸으로 겪을 수 있는 생생한 삶의 교육 현장”이라며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다문화를 습득하고 외국인과 소통하는 경험들이 축적된 아이는 독립심과 책임감, 타인에 대한 배려가 남다르며 삶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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