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허문석씨의 '힘'‥정부 사업승인 '일사천리'

北모래채취ㆍ유전개발 승인 하루이틀만에 완료

철도청의 러시아 사할린 유전개발 사업에 깊이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코리아크루드오일(KCO) 대표 허문석(71)씨가 정부 부처에 신청하는 사업마다 `초고속 승인'이 이뤄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욱이 허씨는 수십년에 걸친 해외생활로 국내 행정절차에 익숙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는데도 정부 승인이 필요한 주요사안에 관여하기만 하면 일사천리로 해결된 것으로 드러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자아내게 하고 있다. 19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허씨는 지난해 10월 4일 사할린 유전개발 사업 계획서를 접수, 그 날 수리가 돼 우리은행에서 대출받은 620만달러를 러시아 유전업체알파에코사에 송금했다. 관련 규정상 산자부의 사업계획서 검토 기한은 7일이지만 허씨는 사업 계획서를접수한 날 바로 승인을 받고 돈까지 해외에 보낼 수 있었던 것. 모든 게 속전속결로이뤄진 셈이다. 허씨가 송금 기한에 쫓기는 시점에서 사업계획서 승인을 신청한 것은 국내 행정규정은 물론, 유전개발사업에 필요한 절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분석된다. 상식적으로 판단할 때 해외유전개발에 필요한 정부 규정을 잘 알았더라면 KCO설립 뒤 곧바로 사업 신고서를 산자부에 제출하는 게 맞기 때문이다. 산자부의 해외 유전 사업승인이 실무급인 과장 전결로 이뤄진 점에 비춰 허씨가중간에 `보이지 않는 손'의 힘을 빌려 `민원'을 해결했을 수도 있다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이 부분은 `유전사업 의혹'을 둘러싼 국민적 의혹 해소를 위해서라도 향후 검찰수사에서 규명돼야할 것으로 보인다. 정문헌 한나라당 의원이 최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서 주장한 허씨의 북한 모래 채취 사업 승인건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 의원에 따르면 올해 초 H&K에너지㈜ 대표를 맡았던 허씨는 북한 모래채취 사업 승인을 통일부에 신청했고, 통일부는 이튿날 바로 승인서를 발급했다. 당시 허씨는 북한이 모래 채취 사업에 적극적이라며 정부가 승인을 내주면 철도운행을 곧 할 수 있다고 재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철도공사가 북한 모래의 국내 반입이 이뤄질 경우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될 수 있을 정도로 수익이 보장되는 철도차량 수송권을 허씨에게 배려한 것도 허씨의 배후에 뭔가 있지 않을까하는 의심을 들게 하는 부분이다. 철도공사는 H&K에너지㈜에 20년 동안 북한 모래를 운반할 수 있는 철도차량 수송권을 보장했고, 통일부는 올해 2월1일부터 6개월 간 총 300회 화차를 운행하도록허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최근 국회 답변에서 "남과 북, 사업자에 윈윈이라는 정책적 판단을 갖고 있어 승인을 했다. 민간 모래 반입을 통해 철도운행을촉진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 장관의 해명에도 허씨의 `속전속결식' 민원해결 능력을 둘러싸고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어 앞으로 관련 공직자들의 불법행위나 편법 등이 있었는지에 대한검찰 수사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전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인도네시아에 머물고 있는 허씨 조사를 위해 조기에 귀국토록 설득시켜줄 것을 지인들에게 요구한 것으로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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