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AIG도 "CEO 바꿔"

실적부진 이유로 마틴 설리번 퇴진<br>씨티 출신 윌럼스태드 회장이 겸직


윌럼스태드

설리번

미국 최대 보험업체인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이 지난 15일 비공개 이사회를 열어 3년 만에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했다. 그동안 실적부진을 이유로 주주들의 퇴임 요구에 시달리던 마틴 설리번(53) 최고경영자(CEO)가 물러나고 씨티그룹 출신의 로버스 윌럼스태드(63) AIG 회장이 CEO직까지 겸하게 된 것.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문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한 또 한명의 CEO가 씨티그룹ㆍ메릴린치ㆍ와코비아에 이어 엑소더스 대열에 동참했다”고 평가했다. AIG의 창업자인 모리스 그린버그 전 CEO가 지난 2005년 분식회계 의혹으로 물러나고, 설리번 CEO가 취임했을 당시만 해도 투자자들은 AIG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바라봤다. 설리번은 취임 후 곧 AIG의 재무상태를 수정했고, 감독당국과 합의를 보기 위한 협상에 돌입했다. 그린버그 전 CEO보다 훨씬 온화한 인품이나 17세 때부터 AIG에서 근무한 경력도 주위의 신망을 얻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예상은 곧 빗나갔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는 AIG와 설리번을 비켜가지 않았다. AIG는 주택담보부채권 투자로 막대한 장부상 손실을 입었고, 투자자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엘리 브로드 전 AIG 이사를 비롯해 1억 주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대주주들이 이사회에 CEO 교체를 요구하는 서신을 보내기에 이르렀다. 뉴욕타임스의 분석에 따르면 설리번은 악화된 경영환경을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설리번은 서브프라임 부실에 따른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에 대해 “AIG는 문제없다”고 자신있게 밝혔다. 하지만 올 2월에는 AIG는 스와프 포트폴리오 자산가치 산정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2007년 4ㆍ4분기에 53억 달러의 적자를 냈고, 이어 올 1ㆍ4분기에는 사상 최대규모인 78억1,00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AIG는 지금껏 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낸 적이 없었던 탓에 투자자들의 실망이 클 수밖에 없었다. 잇따른 악재로 AIG의 주가는 지난해 12월 주당 57.05달러에서 지난 주에는 주당 34.19달러로 40% 이상 폭락했다. AIG는 현재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 자산가치 산정과 관련,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무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윌럼스태드 신임 CEO가 AIG의 추락을 막을 수 있을 것인지 여부다. UBS의 앤드루 클리거먼 애널리스트는 “CEO 교체는 첫 걸음일 뿐”이라며 “CEO를 바꾼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윌럼스태드 CEO는 지난 31년간 케미컬은행ㆍ커머셜크레딧 등에서 대출부문에 종사해왔고, 2005년 씨티그룹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에서 AIG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찰스 프린스 씨티그룹 전 CEO는 윌럼스태드 회장에 대해 “그를 CEO로 맞아들이는 회사는 정말 행운”이라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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