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재계 판도·산업지도 바뀐다

'한국판 뱅크 펌' 산업·우리·기업銀인수 향방따라<br>주거래 대기업·中企 내부정보 알수있고<br>경영권에 간접적 영향력 행사도 가능해져<br>"경쟁기업에 넘어가면 치명타" 재계 초긴장


‘한국판 뱅크 펌(은행회사ㆍbank-firm)을 잡아라. 국내 재계의 판도와 산업지도가 바뀐다.’ 공공기관 민영화를 앞두고 산업은행ㆍ우리은행ㆍ기업은행 등 3개 국책은행의 새 주인이 누가 될지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단순히 수십조원 단위의 대형 인수합병(M&A) 매물이라는 이유에서가 아니다. 이들 은행을 보유할 경우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내부정보를 한눈에 꿰뚫어볼 수 있고 때에 따라서는 경영권에도 간섭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 방침과 맞물려 특정 산업자본이 국책은행을 인수할 경우 경쟁 대기업은 손발이 묶일 가능성도 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산업ㆍ기업ㆍ우리은행만큼 기업의 내부정보를 잘 알고 있는 금융기관도 없다”며 “국책은행 민영화는 일반적인 M&A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현재 기업은행이 거래하는 중소기업은 16만개에 이른다. 사실상 이들 기업의 주채권은행이다. 여신상황 등 기업 정보를 종합 관리할 수 있고 재무구조 개선도 추진할 수 있다. 경영권에 대한 간접적인 영향력 행사가 가능해 사실상 제3의 경영진인 셈이다. 산업은행과 우리은행도 다른 시중은행보다 국내 재벌에 대해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있는 그룹은 대우조선해양ㆍ금호아시아나ㆍ한진ㆍ동부ㆍSTXㆍ대우자동차판매 등 12개에 이른다. 우리은행은 총 16개 그룹에 달한다. 삼성ㆍLGㆍ 두산ㆍ한화ㆍ효성ㆍ포스코ㆍ코오롱ㆍ대림 등 쟁쟁한 기업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신한ㆍ외환ㆍ하나ㆍ국민 등 다른 시중은행의 경우 주채권은행으로 있는 그룹 수가 각각 2~6개에 불과한 것과 대비된다.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이들 은행이 소매금융으로 덩치를 키우다 보니 상대적으로 산은과 우리은행보다 기업 대출에 적극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금융기관 가운데 뱅크 펌으로서 손색 없는 조건을 맞춘 곳은 민영화를 앞둔 우리ㆍ기업ㆍ산업은행뿐이라는 뜻이다. 결국 이들 국책은행의 민영화는 거대은행이 출현한다는 의미 외에 산업계의 지각변동, 재계 간 물밑혈전과 세력재편을 예고하는 셈이다. 한편 금융위는 산업은행 지분 49%를 오는 2010년까지 매각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공개 전에 지분 15%를 세계적 투자은행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ㆍ기업은행의 정부 보유 지분의 경우 산은보다 앞서 파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정부는 산은 민영화 과정에서 덩치를 키우기 위해 우리ㆍ기업은행을 산은 지주회사 자회사로 합병하는 문제도 고려하고 있다. 용어설명뱅크 펌=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에서 산업자본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은행들을 말한다. 이들 은행은 대출심사 등을 통해 고급 내부정보를 취급하고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등 제3의 이사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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