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개막된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질적 경제성장으로의 전환과 함께 정치개혁이 어떤 모양새와 심도로 진행될지가 중국 공산당의 대표적인 이슈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이번 전인대를 앞두고 또다시 정치개혁 없이는 그동안 쌓았던 경제과실마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며 정치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원 총리는 이날 정부업무보고에서도 "경제 개혁과 함께 정치 체제 개혁을 계속 전면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산당에 절대적으로 집중돼 있는 권한을 다른 국가 주체로도 분산시켜야 한다는 것으로 거수기로 전락한 사법부의 독립성을 세우고 언론의 당과 정부 비판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중국 베이징 소재 정법대의 문일현 교수는 "원 총리의 정치개혁론은 애덤 스미스의 도덕론에 기초하고 있다"며 "사법부의 독립성 보장, 언론의 비판 기능 정상화 등을 통해 권력의 공산당 집중에 따른 부패와 부조리를 감시할 시스템을 만들지 않을 경우 경제성장이 지속 불가능하다는 게 기본 줄기"라고 말했다.
정치개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경제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인민에게 배분되지 않고 이는 사회 불안정과 국가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전인대에서 현재 가장 하급 행정단위인 촌과 일부 향 등의 행정 단위에서 이뤄지고 있는 인민들의 직접 선거가 현 및 시 단위로 확대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매년 전인대를 앞두고 정치개혁 논의가 이뤄졌지만 이렇다 할 결과물이 나오지 않은데다 올해는 특히 5세대 지도부로의 권력 교체를 앞두고 있어 정치 체제의 급격한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원 총리를 필두로 하는 정치개혁론자들의 당내 기반이 아직 취약하고 중국 최고 지도부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면면을 보더라도 모두 기존 정치체제 하에 사회 안정과 발전을 도모하려는 보수파 일색으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올해 불법 철거에 맞서 부패 관리를 몰아낸 광둥성 우칸촌 인민들의 시위 사건 등 정의와 평등을 주장하는 서민의 욕구가 본격적으로 분출하면서 기존의 강압적인 정치문화와 체제를 어떻게든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강하게 형성돼 있다. 이번 전인대의 화두가 '공평과 정의'로 설정된 것도 이 같은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직접선거 확대 등의 전면적인 정치 개혁은 아니더라도 고위관리와 당 간부의 부패를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시스템이 이번 전인대를 통해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편 측근이었던 왕리쥔 부시장의 미국 망명기도설로 정치적 위기에 처했던 보시라이 충칭시 서기가 이번 전인대 개막식에 참석해 건재함을 드러냄으로써 올 가을에 있을 5세대 차기 지도부의 상무위원 자리에 보 서기가 진입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보 서기가 전인대에 참석한 만큼 적어도 충칭시 서기와 정치국원이라는 현 지위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세를 점하고 있는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공청단파가 이번 왕리쥔 사건을 계기로 태자당파인 보 서기의 상무위원 진입을 거부하고 있어 향후 보 서기의 상무위원 진입 여부와 진입이 불가피하다면 대체 인물로서 누구를 상무위원에 등장시킬지를 놓고 공청단과 시진핑(習近平) 차기 지도자 계열의 태자당파,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상하이파가 치열한 물밑 싸움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