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월소득 300만원을 넘는 중산층의 신용회복지원절차(워크아웃) 신청건수는 480건으로 전년보다 27.3% 증가했다. 파산직전 상태임을 의미하는 3개월 미만 단기연체에 대한 재조정을 요청하는 프리워크아웃 신청건수도 이들 소득계층에서 41.8%나 늘어났다.
이는 빈부양극화 속에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저소득층에 머물렀던 가계의 위기가 소득 차상위계층, 다시 말해 중산층으로 전이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지난해 전체 워크아웃 신청건수가 전년과 같은 수준이었는데도 중산층만 크게 늘었고 부채규모로 볼 때 2,000만원 이하는 6.3% 줄어든 반면 1억원 초과는 20.6%나 증가한 사실이 이를 분명히 뒷받침한다.
지난해 통계 결과는 일단 주택시장 침체에 의한 중산층 '하우스푸어'와 함수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경기가 호황일 때 빚을 내 주택을 매입했다가 대출금리가 오르고 집값이 떨어져 상환능력이 급속히 떨어진 요인이 크다. 9억원을 웃도는 주택 보유자의 경우 소득 대비 대출금 비율이 360%에 달해 3억원 이하 주택 보유자의 190%보다 두 배나 높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이 통계치가 추세적인 경향을 예고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보통 심각한 사태가 아니다. 빈부양극화에서 그나마 완충역할을 해줘어야 할 중산층마저 붕괴될 경우 비단 경제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반에 큰 대란이 일어나게 돼 있다. 올해 수출과 내수 저하 등 경제상황이 더 나빠지면서 실질 가계소득이 줄어들어 중산층 가계 파산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지 않나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런데도 정치권과 정부는 서민과 대기업 위주의 복지와 개혁 공약을 남발하면서 오히려 양극화 정서를 자극하고 있는 판국이다. 정작 경제의 허리인 중산층은 지금 샌드위치 형국인데도 지원과 관심의 초점에서 벗어나 있으니 답답한 일이다.
정부는 가계의 고금리 부담을 낮추려는 노력과 함께 주택자산을 금융화할 수 있는 중장기적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역모기지론 같은 실물자산 유동화 방안을 통해 대출상환 부담에 따른 파산사태를 막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금융회사들도 주택대출 상환기간을 장기화하는 방식으로 부담을 줄여주는 대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