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대기업 오너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이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은 주로 기업과 그룹 차원의 기부가 많이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사회 지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의무'라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뜻에 걸맞게 개인 차원의 기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처럼 대기업 총수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면에 나선 것은 획기적인 변화임에는 틀림없지만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이미 수년 전 전 재산의 99%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것과 비교해보면 오히려 뒤늦은 감도 없지 않다.
일각에서는 국내의 경우 "대기업 오너들이 기부를 마치 면책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등의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기업 총수들의 기부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기보다 검찰 수사 등의 진행으로 자신이 궁지에 몰렸을 때 이를 벗어나기 위한 목적이 대부분이었다는 것. 한발 더 나가 오너들이 약속한 재산의 사회 환원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데 대한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단순히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기대할 것이 아니라 버핏세 도입 등 제도적 접근도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윤홍식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국에서는 중산층과 서민은 충분히 세금을 내고 있는데 부자와 기업은 세금을 적절히 부담하지 않고 있다는 불신이 매우 강하다"며 "버핏세를 통해 조세의 공정성, 국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이를 근거로 보편적 복지국가에 필요한 재원을 보편적 증세를 통해 마련하자는 사회적 합의를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정적 소비가 가능한 다수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에서 부자는 존재할 수 없다"며 "우리 재벌과 부자들도 솔선수범해서 자신들이 먼저 세금을 더 내겠다고 해야 하고 이는 결국 장기적으로 자신들의 이해를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유력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