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W] 마틴 슈크렐리 튜링제약 CEO

돈 버는 천재인가 악마 같은 냉혈한인가

가난했던 10대, 돈 버는 법 배우며 승승장구… 32세에 600억 재산 소유

특허권 사들인 후 약값 폭리… 미국인이 가장 혐오하는 인물로




"짐바브웨의 국민 사자 '세실'을 재미로 죽이고 박제로 만들어 전 세계의 공분을 샀던 치과의사보다 더 비열하고 치사한 사람."


미국인들이 치가 떨리도록 싫어하는 그는 누구일까. CNN은 최근 일간지 '더데일리비스트'의 기사를 인용해 의약품 특허권을 사들인 후 약값을 55배나 올려 폭리를 취한 튜링제약의 마틴 슈크렐리(사진) 최고경영자(CEO)를 '미국에서 가장 미움 받는 인간'으로 꼽았다.

터무니없는 약값 인상 만행으로 뜻하지 않은 유명세를 타고 있는 그는 사실 벌써 업계와 주위에서 특이한 이력과 성격을 가진 인물로 정평이 자자했다. 드러난 과거 행적으로 판단컨데 그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타인의 아픔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냉혈한이거나 누구보다 돈 버는 방법을 일찍 터득한 천재일 수 있다.


실제 올해 32세의 젊은 CEO 슈크렐리에 대한 평가는 확연히 갈린다. CNN에 따르면 주변 사람들은 그를 '믿을 수 없을 만큼 똑똑한 사람'으로 보거나 '선과 악의 중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는 사람'으로 평가하고 있다. 보통 사람과 다른 슈크렐리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하게 꿰뚫어보는 사람이 없다는 얘기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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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로 세상의 비난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그는 예상 밖의 뻔뻔함과 당당함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감염병협회와 에이즈의학협회는 전염병 치료제인 '다라프림'의 급격한 가격 인상에 반발하며 항의서한을 보냈지만 그는 뉘우치긴커녕 아주 당당하게 대응했다. 슈크렐리는 "탐욕스러운 제약회사가 아픈 환자들에게 사기를 치려는 게 아니다"라며 "단지 우리는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태연스럽게 대답했다. 그러면서 "다라프림은 세상의 수많은 의약품 중 겨우 하나에 불과하며 거의 사용되지도 않아 가격 인상을 통해 거둬들인 수입으로 더 좋은 치료제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비롯한 정치권과 언론 등 사회적으로 논란이 확산되자 그는 결국 "약값을 내리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언제 어떻게 내릴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슈크렐리가 특허권을 사들인 후 약값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전 회사인 레트로핀에서도 똑같은 수법을 썼다. 결국 슈크렐리는 그 일로 1년 전 해고됐으며 지난 8월에는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회사를 이용한 혐의로 고소까지 당했다. 레트로핀은 그를 "믿을 수 없는 직원의 전형적인 예"라고 비난했다.

가난한 알바니아계 이민자 출신인 그는 이미 10대 초반에 돈에 대해 눈을 떴다. 브루클린에 있는 체스 게임장에 자주 들락날락했던 그는 그곳에서 한 늙은 건물 소유주와 만나 체스를 두면서 돈 버는 방법을 배웠다. 노인은 어린 슈크렐리에게 주식 투자와 제약·의료산업에 대해 가르쳤다. 일찍부터 부자가 되기를 꿈꿨던 그는 12세에 처음으로 컴팩의 주식을 샀고 이후 아마존 주식 등을 사며 자본시장에 대해 알아갔다. 올 3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슈크렐리는 "당시 나는 열 살 정도의 꼬마였지만 머크나 엘리릴리 같은 큰 회사를 갖고 싶었다"며 "친구들이 양키스와 메츠 선수들의 평균 타구와 홈런 수에 관심을 가지는 동안 나는 미국의 유명 기업들에 대해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16세가 된 슈크렐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월스트리트로 갔다. 짐 크레이머라는 작은 헤지펀드에서 일을 시작한 그는 이후 UBS와 인트리피드캐피털을 거치며 월가에서 10년 넘게 일했다. 당시 그의 회사 동료들은 "슈크렐리는 완전히 월스트리트에 사로잡혀 있었다"며 "일을 최대한 빨리, 많이 배우기 위해 미칠 정도로 몰두했다"고 말했다. 월가에서 경험을 쌓은 그는 20대 중반에 마침내 자기 소유의 헤지펀드 회사 두 개를 차렸다. 그는 제약·의료기업 투자에 성공해 월가에서 유명해졌다. 그는 "포브스의 부자 리스트를 보면 진짜 재산을 축적한 사람들 대부분은 회사를 창업한 사람들이지, 투자를 한 사람들은 아니다"라며 일찍부터 창업에 욕심을 내왔다.

헤지펀드 업계에서 잘나가던 그가 제약산업으로 발길을 돌린 것은 희귀병을 앓던 그의 여동생 때문으로 파악된다. 생물학이나 화학을 전혀 배운 적이 없는 그는 독학으로 약에 대한 지식을 습득했다. 2년 전 레트로핀에서 일할 때 치매 증상을 나타내는 희귀 유전 신경운동질환 치료제인 'PKAN'의 개발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슈크렐리는 "헬스케어는 어렵다"며 "나는 생물학이나 화학을 전혀 공부한 적이 없지만 인터넷을 활용하고 조금만 더 공부하면 지식을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약회사에서 일하는 것은 주식을 매매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었다. 레트로핀에서 만족할 만한 실적을 내지 못한 그는 쫓겨났고 현재는 튜링제약을 운영하고 있지만 비도덕적인 약값 인상으로 또다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약 5,000만달러(약 600억원) 정도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슈크렐리는 그동안 많은 회사를 차렸지만 오랫동안 유지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용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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