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한국 IT, 중국 추격 뿌리치려면 '일본 부활'을 타산지석으로"

유진투자증권 일본 기업 탐방 보고서

한국IT에 밀려 고전하던 일본

원천기술 개발·구조조정으로 전기차 등서 속속 재기에 성공

한국, 공격적 M&A·사업구조 재편 등 글로벌화 전략 서둘러야



'일본은 반면교사(反面敎師)가 아니라 타산지석(他山之石)이다.'

최근 일본 기업들을 탐방한 한 국내 증권사가 리포트 보고서를 통해 내린 결론이다.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화웨이·샤오미 등 중국 경쟁사들의 맹추격을 뿌리치기 위해서는 부활하는 일본 대표 IT 기업들의 과감한 사업재편 및 구조조정, 공격적 인수합병(M&A), 글로벌화 등의 전략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 기업들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던 일본 IT 기업들은 최근 큰 폭의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달 중순 국내 투자자들과 함께 니콘·파나소닉·히타치·JSR·덴코·샤프·무라타 등 일본 11개 기업을 투자자들과 탐방한 결과물을 담은 보고서를 30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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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고서는 국내 IT 기업들이 원천기술을 기초로 신사업 개척과 구조조정을 통해 큰 폭의 실적개선을 이룬 일본 기업들의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최근 일본 IT 기업들의 실적개선이 단순히 엔화가치 하락 때문이 아니며 △원천기술 △사업재편 및 구조조정 △공격적인 M&A 등이 오히려 더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진행한 구조조정 효과가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을 등에 업고 2010년 이후 본격적인 실적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일본 IT 기업들의 사례가 국내 IT 시장에 주는 시사점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들은 신사업 개척에 적극적으로 임하면서도 한국과 중국 기업들이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원천기술을 살려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업종에 집중하고 있다. 주요 사업이 가전과 2차전지였던 파나소닉은 자신들의 전공을 살려 전기차와 스마트홈·신재생에너지 영역으로 무대를 넓혀가고 있다. 스마트폰 부품 제조사인 무라타는 스마트카에 활용되는 부품, 헬스케어 장비에 쓰이는 센서로 제조영역을 확대했다. 일본 IT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는 전기차·바이오·헬스케어·스마트홈·빅데이터·로봇산업은 미국이 주도하는 선진 사업으로 세계 산업의 성장을 주도할 수 있는 포석을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내포돼 있다. 이 연구원은 "한국 IT 기업들이 선진 산업에 진출해 있지만 일본 업체들에 비해 사업재편과 투자, M&A 면에서 뒤처져 있다"며 "각 기업별로 경쟁력 있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과감한 선택과 집중도 일본 IT 기업들의 변화를 주도하는 요소 중 하나다. 히타치는 가전과 반도체 사업에서 철수하는 한편 지난해 4월 헬스케어그룹을 설립하며 사업재편 의지를 보였다. 니콘은 해외 공장을 폐쇄해 디지털 일안반사식 카메라(DSLR) 시장의 축소를 대비하고 대신 메디칼·바이오 사업 역량을 길러나가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와 함께 전 세계 가전시장을 주름잡던 샤프 역시 액정표시장치(LCD)패널 라인 철수, 지분매각 및 전략적 제휴 확대라는 배수진을 치고 카메라모듈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2·4분기 기준 일본 토픽스(TOPIX) 지수 구성 종목 가운데 주당순이익(EPS)이 시장 예상치를 웃돈 종목은 159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예상치를 밑돈 기업은 97개에 그쳤다. 일본계 자산운용사인 스팍스자산운용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일본의 토픽스 기업들의 EPS는 각각 전년 대비 23%, 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IT 기업들은 이 같은 실적개선을 이끌고 있다. 올해 2·4분기 소니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39% 증가한 969억엔,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207.5% 급증한 824억엔을 기록했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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