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그동안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넘기 힘든 벽이었던 1,000포인트를 넘어서 이제는 10년 이래 최고가 수준까지 상승하고 있다.
주식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아직 시장에 상승요인이 남아 있다고 분석하고 있는데 그 기대 중 하나가 바로 연말부터 시행되는 퇴직연금제도다. 금융상품과 퇴직연금제도는 언뜻 생각하면 큰 관련이 없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퇴직연금제도는 간접상품시장, 즉 펀드시장에 새로운 투자자층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 도입되는 퇴직연금제도는 두 가지다. 종업원이 퇴직할 때 미리 정해진 퇴직금을 받게 되는 ‘확정급여형’과 기업이 매년 일정한 적립금을 부담하고 종업원은 퇴직할 때 적립금의 운용수익률에 따라 퇴직금을 받아가는 ‘확정기여형’이다. 잘 알려진 미국의 401(k)는 대표적인 확정기여형 연금제도로 미국에서 주식시장을 강세로 이끌고 개인투자자들의 투자패턴을 바꿔 놓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개인투자자들이 퇴직연금을 통해 투자상품을 경험하면서 퇴직연금 이외의 자산도 투자형 상품으로 운용하는 등 펀드시장의 기반이 넓어지는 효과를 가져왔던 것이다. 또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은 적립금의 성과에 대한 책임이 투자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정보제공과 투자자 교육을 중요시하고 있는데 이런 점은 대중의 간접상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줬다.
물론 국내에 도입되는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은 주식형 자산의 투자비율이 일정 정도로 제한될 것이어서 투자자들의 위험성향을 획기적으로 높이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기대가 큰 것은 국내에서도 미국의 예처럼 장기적으론 퇴직연금을 통해서 주식시장의 간접투자자층이 확대되고 이 자금들이 주식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주식형 펀드의 장기투자에 대해 투자자들의 공감대가 크지 형성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저금리환경, 주식시장과 펀드시장의 질적인 발전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적립식펀드의 잔액이 7조원까지 늘어났고 장기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도 매우 높아졌다. 이 같은 금융환경과 투자자인식의 변화, 제도가 가진 이점 등을 감안하면 퇴직연금에 대한 기대가 현실화되는 시기는 생각보다 앞당겨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