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제조업 공동화 가속] 첨단산업마저 해외로… 해외로…

국내 제조업의 엑소더스(exodus)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제조업은 경제를 이끌고 가는 기관차다. 하지만 이 기관차가 갈수록 힘을 잃고 있다.국내 기업들은 중국 등 해외투자는 늘리면서도 국내에서는 노동문제 등으로 투자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제조업 투자가 줄어들면서 산업공동화가 진전되면 경제전반에 걸쳐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우선 국내 고용이 줄어 소비 및 내수기반이 약화되면서 경제전체의 수요 감소를 가져올 수 있다. 아울러 국내 투자가 줄어들면 성장기반 자체가 약화되면서 경제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노동 비용 등 여러 면에서 외국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산업의 경우 해외이전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하지만 업종을 가리지 않고 국내투자를 축소하는 대신 해외투자를 계속 늘린다면 지속적인 성장은 기대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참여정부가 제시한 `국민소득 2만 달러`라는 목표도 요원하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부원장은 “기업들이 국내투자를 기피함에 따라 산업공동화가 심화되는 것은 결국 노동문제 등 여러 면에서 기업활동에 배타적인 환경이 좀처럼 개선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신규 투자 감가상각분에도 못 미쳐=기업의 생산여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기업의 신규 설비투자규모가 감가상각분에도 미치지 못해 절대적인 생산설비 수준 자체가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상장사협의회 조사 결과 12월말 결산 상장기업의 설비자산은 지난 2000년말에는 187조9,094억원에 달했지만 ▲2001년말 182조9,817억원 ▲2002년 말 180조4,612억원 ▲올 6월말 180조4,612억원으로 3년째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이는 갈수록 생산활동기반이 약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의 투자부진현상은 정부당국자들조차 크게 우려할 정도다.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지난 12일 국회 재경위에서 “최근처럼 투자부진 현상이 지속될 경우 생산능력이 떨어져 장기적인 성장마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투자부진 현상이 좀처럼 해소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정부가 잇달아 기업투자활성화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노사문제가 안정돼야 설비투자가 본격화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갈수록 가속화되는 산업공동화=삼성경제연구소는 이날 `제조업 공동화 가속과 대응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외환위기후 주춤했던 제조업 해외투자가 다시 늘어나며 국내산업의 공동화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신발 등 과거 우리가 경쟁력을 발휘했던 분야는 국내생산을 통한 자급이 불가능해진 형편이다. 더욱이 휴대폰 등 첨단분야도 해외 현지생산이 계속 확대되는 추세다. 제조업 공동화가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다. 지난 2001년 제조업 수출은 GDP의 35% 수준. 미국(6.6%)이나 일본(8.9%)보다 훨씬 높다. 특히 고용비중도 26%를 차지해 공동화가 심화될 경우 미국(12.7%), 일본(20.3%)에 비해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전경련은 국내 제조업의 해외이전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오는 2007년부터 제조업 공동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노동문제 등 기업환경 개선 절실=산업공동화를 막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잃고 있는 기존 산업을 대체할 새로운 성장동력을 육성하는 동시에 기업활동에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산업공동화를 최대한 늦추려면 기술력과 브랜드력을 갖춘 글로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노사관계의 안정과 함께 물류비, 규제코스트 등 각종 사회비용을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로 지적했다. 김재윤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산업공동화를 막기 위해 고부가가치화, 구조개선 등 전향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성장동력으로 선정된 신산업을 조기에 육성하는 한편 노사안정을 바탕으로 생산성 개선 범위 내에서 임금인상이 이뤄지도록 하는 노동비용 가이드라인이 설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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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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