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17대 대통령을 맞으며] 올바른 선택을 바란다

17대 대통령을 뽑는 투표가 전국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역대 대통령선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상한 선거로 점철됐다. 선거기간 내내 BBK 사건을 놓고 진실공방이 벌어지더니, ‘광운대 동영상’ 유포로 급기야는 ‘이명박특검법’ 이 국회를 통과하기에 이르렀다. 유력한 대통령 후보가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해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앞날을 보장할 수 없게 됐다. 지금 세계는 세계화와 정보화에 걸맞는 국가경영 인식과 새로운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다시 말해 세계사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국제적 감각을 갖춘, 국가와 국민을 위한 투철한 역사관과 희생정신을 가진 그러나 국민 다수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도덕성과 정치적 역량을 갖춘 리더십을 필요로 하고 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국가경영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국민의 신뢰를 한 몸에 받은 세계적 지도자들을 기억하고 있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수상은 2차대전 중 전황의 불리함을 국민들에 거짓 없이 알리고 지지를 호소해 영국을 위기에서 구할 수 있었다. 넬손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민주주의에 대한 확신과 정직을 통해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 국가를 개혁할 수 있었다. 그들이 보여줬던 철학적 확신, 믿음 그리고 정직이 폭 넓은 국민적 동의와 신뢰를 이끌어냈던 것이다. 반면 리처드 밀하우스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은 진실을 은폐하고 위증한 ‘워터게이트사건’으로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야했다. 이는 ‘잠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있으나 하늘을 속일 수는 없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17대 대통령 선출을 앞둔 시점에서 도덕적 불감증에 빠진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스스로 자괴감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산업화시대 닫힌 공간에서 자행됐던 독점적 권력추구 형태는 더 이상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세계화시대 열린 공간은 상호 간 네트워크를 통한 투명성ㆍ진정성ㆍ신뢰성을 요구한다. 또한 ‘먹고 먹히는’ 사고가 아닌 ‘더불어 사는’ 사고와 타자를 위한 희생을 필요로 한다. 이는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지도자 요건이다. 그러나 작금의 우리 정치 환경은 천박하기만 하다. 17대 대통령 선거기간 동안 여야를 불문하고 대선 후보들은 이전투구를 일삼았고 때로는 위선과 거짓으로 국민을 기만했다. 이는 국민들이 원하는 것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다. 왜 이러한 행태들이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반복되고 있는가. 한국 정치가 안고 있는 태생적 한계인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이 공생하는 역사적ㆍ구조적 메커니즘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에 기대를 걸었던 것도 이러한 역사적ㆍ구조적 문제들을 치유하고 새로운 선진 한국으로 나아가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21세기 국가지도자는 뚜렷한 철학, 역사관 그리고 도덕성을 바탕으로 시대를 앞서가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와 희생이 요구되는 리더십이다. 이제는 진실과 정직을 갖춘 지도자가 필요하다. 거짓과 부패는 또 다시 우리의 역사를 되돌리고 우리를 혼란에 빠뜨릴 것이다. 오늘의 선택은 우리의 국가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지 아니면 국제사회의 비웃음거리가 될지는 오늘의 선택에 달려 있다. 우리는 부정과 부패가 아닌 진실과 성실만이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다. 오늘의 선거 결과가 우울하고 답답한 삶을 살고 있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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