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통상임금 후폭풍 최소화하려면


대법원은 지난 18일 시간외근무 임금산정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이 포함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많은 기업체에서 하루 8시간 넘는 시간외근무를 한다. 자동차·철강 등 연속적인 일관작업이 필요한 제조현장은 시간외근무 없이는 생산이 힘들 정도다. 시간외근무는 통상임금의 1.5배를 지급하고 있어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이 포함되는 경우 임금 상승이 불가피하다. 업체별로 다르지만 생산직은 대체로 15~25% 정도 임금이 상승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모든 직원이 시간외근무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전체적으로는 대략 10~20% 정도 임금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연평균 임금상승률이 3%인 점을 고려하면 업계의 충격은 메가톤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금 오르면 기업 해외탈출 가속

문제는 기업들이 이 정도의 임금 상승을 견뎌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일부 대기업은 80% 이상을 수출하는 등 한국 기업은 절반 이상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임금수준이 경쟁국에 비해 높아 기업들의 해외 탈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에서 추가적으로 10~20% 임금 상승이 있을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될 것인가 하는 점이 심각한 문제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7~9월 이어진 노동자대투쟁 결과 1988~1993년 6년간 임금은 연평균 20%씩 상승했다. 그 결과는 한국 기업의 해외 탈출 러시였다. 1988년 이전 연간 3억~4억달러에 불과했던 한국 기업의 해외 투자금액이 1990년에 10억달러를 넘어선 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2006년에는 100억달러를 돌파하고 2007년에는 200억달러를 넘어서서 2007~2012년 연평균 234억달러, 원화로는 26조원에 이르고 있다. 같은 기간 국내 총고정자본형성 증가율은 0.8%에 불과했다. 특히 2011년 이후 3년간 국내 투자는 연속 -1.2%로 빈사상태인 반면 해외 투자는 급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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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한국 기업의 해외 탈출 러시로 성장동력이 약화되면서 경제개발 시작 이후 연평균 성장률 8%대를 유지해오던 고성장기를 1991년에 마감하고 1992년부터 2011년까지 연평균 5.1%의 중성장기로 내려앉았다. 지난해부터는 성장률이 2%대로 주저앉아 저성장기 진입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통상임금 판결로 임금이 급등할 경우 기업 해외 탈출이 더욱 가속화돼 성장동력이 돌이키기 어려운 수준으로 약화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노사간 협력 성장동력 상실 막아야

이 경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민생과 직결된 고용 악화다. 투자가 안되고 성장률이 낮아지면 일자리 창출이 어렵게 된다. 실증분석 결과 임금 10% 상승은 투자를 8% 감소시키고 고용을 1.44% 감소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10월 말 현재 총취업자 수가 2,555만명이므로 37만명의 고용 감소를 의미한다. 임금이 15% 상승하면 고용은 56만명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임금 상승이 소비 증가로 고용을 창출하기도 한다. 이 부분을 고려하더라도 임금 10~15% 상승은 투자 위축을 통해 20만~30만명의 고용 감소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고용률 70% 달성도 더욱 어렵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일용 임시직의 감소 폭이 커서 노노갈등도 예상된다.

이번 판결을 현재의 복잡한 임금체계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하며 1987년 이후의 임금 급등이 중성장기를 초래한 것처럼 다시 한번 과도한 임금 상승에 따른 성장동력 훼손으로 저성장기에 진입하지 않도록 노사정이 한발씩 물러나 지혜를 모으는 일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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