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최강' 스페인이 유럽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3연속 우승(유로 2008, 2010 남아공월드컵, 유로 2012)의 위업을 달성했다. 스페인은 2일(한국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올림픽스타디움에서 끝난 유로 2012 결승전에서 이탈리아를 4대0으로 대파하고 통산 세번째 우승이자 이 대회 2연패를 이뤘다. 우승상금은 2,910만달러. 1960년부터 열린 유로 대회에서 2연패는 스페인이 처음이며 최다 우승으로는 독일과 어깨를 나란히했다.
2008년 7월 이후 4년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를 지키고 있는 스페인은 이번 대회 4승2무를 포함해 올해 치른 A매치에서 8승2무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 6경기에서 12골을 넣는 동안 1실점으로 막는 등 올해 소화한 10경기에서 24골 2실점의 믿기 어려운 완벽한 수치를 남겼다.
사실 스페인은 이번 대회의 강력한 우승 후보이기는 했지만 '0순위'는 아니었다. 공수의 핵인 다비드 비야(바르셀로나)와 카를레스 푸욜(바르셀로나)의 부상 공백이 불안요인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스페인은 여전히 완벽했다. 전문 공격수를 두지 않는 극단적인 4-6-0 포메이션의 '제로톱' 전술로 비야의 빈자리를 메웠고 오른쪽 측면 수비수에서 중앙 수비수로 변신한 세르히오 라모스(레알 마드리드)가 푸욜의 공백을 잊게 만들었다. 이번 대회에서 골맛을 본 선수는 무려 7명. 짧고 정교한 패스 위주의 '티키타카(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왔다 갔다 한다는 뜻) 축구'로 세계를 정복했던 스페인은 높은 볼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제로톱'의 벌떼 축구로 상대를 혼란시키는 '티키타카 3.0' 시대를 열어젖힌 것이다. 유럽 챔피언스리그와 월드컵, 유로 대회를 모두 우승으로 이끈 첫번째 감독이 된 비센테 델 보스케는 경기 후 "축구에는 한 가지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선수들이 잘할 수 있는 스타일로 경기했다"며 "스페인 축구는 위대한 시대를 보내고 있다. 국민 모두에게도 짜릿한 시간일 것"이라고 말했다.
'점유율 축구'가 지지 않기 위한 지루한 전술이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스페인은 대회 결승 사상 최다 점수 차 승리로 일부의 지적을 멋쩍게 만들었다. 전반 14분 다비드 실바(맨체스터 시티)의 헤딩 선제골로 앞서간 스페인은 41분 호르디 알바(발렌시아)의 추가골로 2대0으로 전반을 마쳤다. 후반에는 39분과 43분 터진 페르난도 토레스(첼시)와 후안 마타(첼시)의 골로 '화력 쇼'를 마무리했다. 후반 30분 교체 투입돼 1골 1도움을 기록한 토레스는 이 대회 사상 처음으로 2회 연속 결승전에서 골을 터뜨린 선수가 됐고 골든 부트(득점왕)까지 차지했다. 총 3골을 기록한 토레스는 독일의 마리오 고메스(바이에른 뮌헨)와 3골 1도움으로 어시스트까지 같았으나 출전시간이 고메스보다 짧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또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레알 마드리드)는 역대 첫 A매치 통산 100승의 금자탑과 함께 유로 대회 본선 509분 무실점 신기록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