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기업, 희망을 말한다] 화합 '노사, 일자리 나누기 함께 찾자'

인력 감축은 갈등 넘어 파업등 악성 분규 불러<br>시간제근로·순환근무제등 각종 방식 도입 필요<br>사측 종신고용 노력·노조의 양보교섭 병행돼야





현대중공업은 '상생'의 노사문화를 구축해 14년째 무분규 임단협 타결의 기록을 세웠다.

[기업, 희망을 말한다] 화합 '노사, 일자리 나누기 함께 찾자' 인력 감축은 갈등 넘어 파업등 악성 분규 불러시간제근로·순환근무제등 각종 방식 도입 필요사측 종신고용 노력·노조의 양보교섭 병행돼야 박태준 기자 june@sed.co.kr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ImageView('','GisaImgNum_2','default','260'); ImageView('','GisaImgNum_3','default','260'); ImageView('','GisaImgNum_4','default','260'); 현대중공업은 '상생'의 노사문화를 구축해 14년째 무분규 임단협 타결의 기록을 세웠다. ImageView('','GisaImgNum_5','default','260'); 9.11테러로 미국의 다수 항공사들이 도산 위기에 직면했던 2002년. 대부분 항공사들이 감원과 운항 편수 축소를 거듭할 때 저가 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는 단 한명의 해고도 없이 오히려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였다. 1971년 설립돼 매년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사우스웨스트는 불황에도 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사우스웨스트는 노조 가입율이 가장 높은 항공사. 그러나 노사 문화는 다른 기업들과 사뭇 다르다. 서로 동반자 관계라는 인식을 갖고 언제나 신뢰를 보인다. 신뢰로 구축된 유대감으로 노사는 언제나 목표를 공유하게 되고, 이는 구성원 하나 하나가 자발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진다. 글로벌 경기침체는 모든 산업을 불황으로 몰아가고 있으며 특히 자동차업종의 경우 위기감은 더욱 고조돼 있는 상황이다. 특히 파산 지경에 이른 미국 자동차 ‘빅3’는 왜곡된 노사관계가 경영 악화를 부추긴 주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기업들이 경기침체 시기를 극복하고 호황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략이 수반돼야 하지만 이와 함께 필요한 조건이 바람직한 노사관계의 구축이다. 특히 후진적 노사관계를 갖고 있는 국내 산업계는 이번 불황을 통해 상생의 새로운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용안정 둘러싼 갈등 우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열린 ‘합리적 교섭방안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세계적인 경기불황 속에 노사간에 고용안정을 둘러싼 갈등이 크게 불거지게 될 것”이라며 “노사정이 공멸하는 시나리오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고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언제나 불씨의 시작은 구조조정에서 촉발된다. 사측의 인력감축은 갈등을 넘어 악성 분규로 치닫게 되고 이는 깊은 상처를 남기고 그 후에도 노사는 서로 등을 돌린다. 노사관계 전문가들은 “사우스웨스트가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불황을 타개하면서 경영의 상승세가 지속됐고, 도요타가 55년의 무분규를 자랑하며 세계 최고의 생산성을 자랑하게 된 배경에는 사측의 종신고용 노력이 있었기 때문임을 상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임상훈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기업은 외환위기 때 인력감축의 폐해를 충분히 경험했다”며 “과거의 실패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자리 지키기로 신뢰 구축=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는 정규직의 근로시간을 줄여 비정규직의 고용을 보장하는 ‘일자리 나누기(Job Sharing)’ 제안을 추진중이다. 금속노조 소속의 각 지부를 설득해야 하는 난제가 수두룩 하지만 금속노조의 이 같은 발상은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의 경기침체는 노사가 “어떻게 일자리를 지킬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들고 있으며, 일자리 나누기는 대안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노동연구원 배규식 박사는 “정규직은 물론 비정규직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노사가 유연하게 고민해 창조적인 방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며 “시간제 근로나 순환 근무제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일자리 지키기는 감원이 빚어내는 각종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노사간의 신뢰를 회복시키는 계기로도 작용된다. 배 박사는 “우리는 노동시장을 늘리거나 반대로 구조조정을 하는 것에만 익숙하다”며 “위기 때 일자리를 지켜내면 ‘함께 고생했다’는 유대감으로 노사간의 신뢰관계가 구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조의 ‘양보교섭’도 필요=물론 사측이 인력감축을 하지 않거나 고용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조의 협력이 절대적이다. 감량 경영을 지속해야 하는 상황에서 노조의 도움 없는 자구책은 그 한계가 분명하다. 노조가 협력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을 경우 사측은 또 인력 구조조정이라는 극약처방을 쓰게 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남용우 노사관계대책본부장은 “국내 기업의 노조는 임금이나 근로조건을 동결하거나 삭감하는 ‘양보교섭관행’ 없이 오로지 인상만을 요구해 왔다”며 “일자리를 지키고 더욱 늘리기 위해서는 노조 역시 양보를 통해 사측에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노조전임자에 대한 사측의 급여 지급 금지나 복수노조 허용시 창구 단일화 문제 등 내년 노동계를 뜨겁게 달굴 이슈 등도 새로운 노사관계 구축을 위해 해결돼야 할 과제로 남겨져 있다. 최근의 경기침체가 국내 노사관계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로도 작용할 것이라는 인식은 공유된 상황. 이제 실천의 노력이 필요한 셈이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불황을 계기로 노사정은 새로운 노사관계의 틀과 관행을 정립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가장 우선적으로 일자리를 유지하면서 효과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한 중앙 차원의 사회적 대화 체제가 시급히 구축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대重 14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협 비결은? "고용안정 정책이 신뢰 디딤돌" 창사이래 한명도 해고 안해… 평균 근속년수 18년 '업계 최고'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의 골리앗 크레인. 82m 높이의 육중한 크레인은 10여년 전 국내 노동운동의 상징이었다. 90년 4월 120명의 노조원이 올라가 무려 13일 동안 고공 농성을 벌인 곳이다. 지난 7월 현대중공업 노조는 조합원 투표 결과 64.2%의 찬성으로 단체협상안을 가결시켰다. 14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이라는 기록을 세운 것이다. 90년대 중반까지 매년 파업과 직장폐쇄라는 악순환을 되풀이했던 현대중공업 노사가 '상생'의 모범으로 변모하게 될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무엇보다 사측의 고용안정 정책이 신뢰를 다지는 밑거름이 됐다. 현대중공업은 고용을 경영의 제 1목표로 삼아 창사 이래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인위적으로 해고하지 않았고, 어려울 때일수록 고용안정 정책을 철저히 지킬 것을 조합원에게 약속했다. 외환위기 당시 대규모 인력감축을 단행하는 기업들을 보면서 직원들은 안정된 회사라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 이 회사 조합원의 평균 근속년수가 18.34년(08년 3월말)으로 업계 최고이고, 평균연령이 약 44세에 달할 정도로 안정적인 고용을 자랑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측은 직원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회사가 위치한 울산 동구는 '한국의 싱가포르'라는 별칭까지 생겼다. 노조도 변했다. 95년 이후 '무분규 타결'이 이어지면서 2002년엔 실용노선의 집행부가 들어섰고, 2004년 민주노총을 탈퇴해 독자적인 노선을 선언했다. 노조가 변하자 선박을 발주한 기업들의 믿음은 더해 갔다. 2004년 미국 엑손모빌이 원유생산 저장시설을 발주하자 탁학수 당시 노조위원장은 "멋진 선박을 만들 기회를 줘서 감사한다. 노조가 책임지고 최고의 품질로 납기를 맞춰 주겠다"는 편지를 보내고 노조원을 독려해 납기를 3개월 당겼다. 이에 엑손모빌은 노조에 1000만 달러의 사례금을 전달했다. 현대중은 지난해 15조5,330억원 매출에 1조7,36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노조가 무파업을 시작한 95년에 비해 매출액은 4배, 영업이익은 6.5배나 늘어난 실적이다. ▶▶▶ [기업, 희망을 말한다] 관련기사 ◀◀◀ ▶ 상생·노사화합으로 내일을… ▶ 상생 "대-중기 손 잡아야 불황탈출 빠르죠" ▶화합 '노사, 일자리 나누기 함께 찾자' ▶사람 "다가올 호황기 대비 우수 인력 확보하자" ▶성장 "수출만이 살 길"… 숨은 2% 시장을 잡아라 ▶ 나눔 "사회공헌활동은 또 하나의 성장동력"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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