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美 이민법 개혁 서둘러야

만약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민법 개정을 그토록 간절히 원했다면 그가 이끄는 공화당을 먼저 단결시켰어야 했다. 상원에서 대립을 계속해왔던 공화ㆍ민주 양당 지도부는 지난 6일 선한 ‘기적’과도 같이 초청 노동자 프로그램 등을 포함한 이민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지도부가 합의를 이룬 후 양당의 상원의원들은 요란스럽게 1,200만명에 달하는 불법체류자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커다란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떠들어댔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상원의원들은 지도부에서 통과시킨 이민법 개정안을 부결시켰다. 민주당은 공화당이 신중하게 마련된 합의안을 왜곡했다고 비난했고 공화당은 민주당이 이민법 개정을 정치적 볼모로 삼아 반대했다고 힐난했다. 그러나 상원의원들은 지금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질 상황이 아니다. 이미 하원에서는 앞으로 이민자들의 현 상황을 악화시킬 법안을 하원 전체안으로 마련해놓았다. 상원의원들은 하원에서 통과시킨 불법 이민을 강력 처벌하는 법안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상원의원들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합의를 이끌어낸 이민법 개정안을 부결시켜놓고 그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긴 후 2주간의 휴회에 들어갔다. 이로써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이민법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상원의원들이 지난주 부결시킨 이민법 개정안은 몇 가지 결점을 담고 있기는 했지만 평범한 시민들 사이에 섞여 있는 불법체류자들에게 시민권을 준다는 기반 위에 서 있었다. 만약 상원이 법안을 통과시켰다면 미국에 눌러앉은 외국인들은 미국 시민이 되기 위해 기약 없이 기다리는 처지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새 이민법은 분명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나은 법이었다. 상원의원들은 휴가를 맞아 집으로 돌아가버렸고 불법체류자들과 그들의 동지들은 대규모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 이제 공은 다시 부시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부시 대통령은 지금까지 국경 경비 강화와 초청 노동자 프로그램 등 이민자 문제에 대해 올바른 소리를 해왔다. 그러나 막상 실제로 이뤄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국민들을 화나게 하고 있다. 국가의 지도자가 의회로 하여금 진정한 이민 개혁법을 만들 수 있도록 촉구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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