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에 사는 김모씨는 지난해 5월 1억원 일시납 변액보험을 웃돈까지 얹어 샀다. 변액보험 '전일종가'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하면 투자위험 없이 연간 50~60% 정도의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한 외국계생명보험 설계사의 권유에 따른 선택이었다.
김씨가 가입한 보험사에서는 사업비 등을 제외하고 9,600만원을 가지고 특별계정을 통해 자산운용을 했다. 나흘 뒤에 주식시장이 6%포인트 정도 하락하자 약관대출 6,779만원을 신청했다가 다음날 주식시장이 다시금 10%포인트나 상승하자 바로 대출을 상환하고 주식계좌 수를 늘려 이득을 취했다.
이때 든 이자비용은 고작 6,000원. 그마저도 보험계약대출 수수료(약 1.5%)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이 다시 펀드로 투입돼 김씨가 본 이자손실은 사실상 전무했다. 김씨는 이 같은 방법으로 8개월 동안 무려 43번이나 약관대출과 상환을 반복, 대출이자 비용을 제하고 41.7%의 고수익을 얻었다. 이를 연간 수익률로 환산하면 60%에 달한다.
김씨의 사례에서 악용된 전일종가시스템이란 변액보험이 가입자가 낸 보험료 중 일부를 약관대출로 빌렸다가 상환할 때 적용하는 기준가를 당일 종가가 아니라 전일 종가로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보험사들은 계약자들이 주식형 변액보험 계약을 체결한 뒤 주가가 떨어질 경우 약관대출을 받았다가 주가가 올라가면 이를 상환하는 방법으로 위험 없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암암리에 변칙 재테크를 전파해왔다. 보험계약자들로서는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에 갔다가 돌아와서 증권투자를 하는 것과 이득을 볼 수 있어 보험사들의 유혹에 동조하기 쉽다.
금융감독원도 이를 인지해 2007년부터 보험사들에 변액보험 약관대출 규정을 변경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ING생명 등 일부 생보사들은 이 같은 규정을 무시하고 오히려 고객을 유인하는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정부가 해당 보험사들에 철퇴를 내리는 특단의 조치에 나섰다. 보험 업계와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 초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변액보험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의 '무위험 차익거래(Arbitrage)'를 이용해 상품을 팔아온 ING생명과 전 대표이사에게 각각 기관경고와 문책경고를 내렸다. 삼성생명과 미래에셋생명도 이와 같은 이유로 당국으로부터 각각 기관주의와 담당자 견책 조치를 받았다.
이번에 철퇴를 받은 보험사들은 주로 주식형펀드에 이용하던 무위험 차익거래를 채권형 및 혼합형펀드까지 확대해 변칙적으로 상품을 만들었다. 심지어 무위험 차익거래를 위한 전용 변액보험 상품까지 만들어 가입자를 모집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ING생명은 오히려 150억원대의 손실을 초래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선량한 보험계약자들을 위해서라도 악용한 사례에 대한 중징계조치는 합당하다"며 "보험사들이 부당이익 수취한 사례가 적발되는 대로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