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드럼세탁기 가격 5일만에 20% 떨어져

부동산대책등 영향 하반기들어 소비심리 급랭<br>세탁기·냉장고등 판매량 작년보다 10%줄어<br>"가격경쟁서 명품화로 시장구도 바꿔야" 지적

‘파격세일, 초특가세일.’ 내수침체가 지속되며 가전업체들이 제살 깎아먹기식 출혈경쟁을 하고 있다. 서울시내 한 할인점 가전매장에는 제품마다 할인판매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동호기자

드럼세탁기 가격 5일만에 20% 떨어져 부동산대책등 영향 하반기들어 소비심리 급랭세탁기·냉장고등 판매량 작년보다 10%줄어"가격경쟁서 명품화로 시장구도 바꿔야" 지적 민병권 기자 newsroom@sed.co.kr ‘파격세일, 초특가세일.’ 내수침체가 지속되며 가전업체들이 제살 깎아먹기식 출혈경쟁을 하고 있다. 서울시내 한 할인점 가전매장에는 제품마다 할인판매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동호기자 지난주 말 평소 즐겨 찾던 대형할인점을 찾은 주부 김모(34)씨는 가전매장에 붙어 있는 드럼세탁기의 가격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불과 5일 전 큰맘 먹고 74만원에 구입했던 삼성전자의 10㎏급 드럼세탁기 가격이 그새 59만원으로 20% 가까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김씨는 “며칠만 더 참고 기다릴걸”하고 후회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최근 가전매장에서는 이 같은 광경을 자주 볼 수 있다. 국내 가전업체들이 가을철 혼수 특수를 겨냥해 앞 다퉈 할인경쟁에 돌입하면서 세탁기를 비롯해 디지털TVㆍ냉장고 등 대형 가전제품의 판매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다. ◇가전제품 ‘끝없는 하락’=이 같은 할인경쟁은 일반 유통매장은 물론 인터넷 쇼핑몰에선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실제로 LG전자의 9㎏급 드럼세탁기(제품명 WD-AD900)의 경우 지난해 말 평균 50만원 중반에서 요즘에는 35만원선까지 곤두박질쳤다. 삼성전자의 10㎏급 드럼세탁기(〃SEW-5HR121)도 지난해 11월 최고 80만원선에 판매되던 것이 현재는 60만원 초반에 팔리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에게는 반가운 일이겠지만 가전업계로서는 출고가격 이하로 판매하는 제살 깎아먹기식 출혈경쟁으로 번져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아울러 이 같은 할인경쟁에도 불구하고 가전사들은 판매실적이 기대치만큼 오르지 않아 잔뜩 울상을 짓고 있다. 가전업계의 한 임원은 “올 상반기만 해도 내수가 30% 이상 판매실적이 증가했지만 하반기 들어 부동산 대책 등 각종 악재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것 같다”며 “특히 9월 들어서는 판매실적이 주춤해 혼수철 특수라고 생각하기도 힘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시장이 성장단계인 디지털TV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세탁기나 냉장고의 판매대수는 지난해와 비교할 때 10% 가량 떨어졌다”며 “예년과 비교해보면 가을철 혼수 특수라는 호재가 크게 작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 대형양판업체 관계자도 “하반기 들어 가전업체들의 가격할인경쟁이 더욱 가열되고 있지만 판매증가는 지난해 이맘때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며 “일부 제품은 가전업체들이 거의 마진을 기대할 수 없는 수준으로까지 값을 내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내수침체 맞선 ‘고육지책’=대형업체가 경기악화에 따른 내수부진을 이겨내고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할인공세를 펼치고 여기에 중소업체까지 가세하다 보니 이익마저 갉아먹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디지털TV의 경우 핵심부품인 관계사의 LCD패널 생산능력 확대 등을 통해 제조원가를 절감하고 있지만 판매가격이 워낙 급격히 떨어져 단기적으론 마진폭 축소를 감당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내수진작을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심정으로 할인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 역시 “환율과 유가불안으로 가전제품의 수출 채산성이 떨어지고 있는 마당에 내수시장에서도 할인경쟁으로 마진폭이 줄고 있어 생활가전 부문의 올 하반기 영업이익률은 지난 2ㆍ4분기(2.5%)보다 더 떨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제품구조 뜯어고쳐야=가전업계가 이 같은 제살 깎아먹기식 출혈경쟁의 악순환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가전제품의 시장구도 자체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국내 가전시장은 이미 성숙단계에 들어선 만큼 기능성과 가격전략을 앞세운 마케팅으로는 신규수요를 창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 한 해외가전업체의 한국지사 대표는 “밀레나 일렉트로룩스 등 해외의 명품가전브랜드 제품들은 가전제품이 생활용품이라는 개념을 탈피해 실내 인테리어 제품이라는 식으로 판촉을 함으로써 가격 출혈경쟁 없이 고가 시장을 점유할 수 있었다”며 “국내 가전업체들도 프리미엄 시장을 장악하려면 제품 디자인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을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다른 국내 가전업체 관계자는 “연구개발 소요시간을 절감해 신제품 출시 주기를 크게 단축시킴으로써 신규 수요 창출과 판매가격 출혈경쟁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이를 위해서는 단순 생산설비 확장보다는 연구개발 부문에 투자를 더욱 집중시켜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5/10/0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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