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무역시리즈 5편] 좌담회 = 무역 2조 달러를 향해

전문가들은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한 한국이 향후 ‘무역 2조달러, 국민소득 4만달러’의 고지에 오르려면 “한미,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한중일 FTA를 맺어 무역영토를 더욱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미 FTA로 의료ㆍ법률 등의 서비스 분야가 개방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져 결국 국내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를 계기로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더욱 높여 중국ㆍ동남아ㆍ아프리카까지 서비스 영역을 넓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또 “신흥시장을 세밀하게 쪼개 정확한 시장을 찾아 들어가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경제신문은 14일 민간경제연구소와 KOTRAㆍ한국무역협회 등 무역 전문가들을 초청해 ‘무역 2조달러를 향해’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에는 오성근 KOTRA 부사장, 김치중 무역협회 무역진흥본부장,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참석해 2조달러 시대를 열기 위한 전략을 모색했다. 사회=이규진 산업부 차장 sky@sed.co.kr 사진=김동호기자 ▦사회=무역 1조달러 달성의 의미를 정리한다면 ▦오성근 KOTRA 부사장=무역 1조달러를 달성했다는 것은 결국 우리처럼 여러 경제 발전축을 대외지향적으로 해야 하는 국가 입장에서는 ‘드림 소사이어티’에 진입, 다시 말해 꿈의 전당에 등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돼야 탄력을 받아 지속 성장을 할 수 있다. 내수시장이 좁아 해외를 기반으로 해야 하는 국가 입장에서도 한국의 1조달러 달성은 앞으로 국민소득 4만달러, 무역 2조달러로 올라가기 위해 찍어야 할 점을 굉장히 압축적으로 빨리 찍은 것으로 의미부여를 할 수 있다. ▦김치중 무역협회 무역진흥본부장=업계에서는 무역 1조달러 달성을 기적이라고 말하고, 또 일각에서는 우연히 된 것으로 보는데 사실 엄청난 땀과 노력이 집약된 결과다. 반세기 만에 무역규모가 2,000배 증가했다. 1조달러 달성은 한국이 과거 지원받던 국가에서 이제는 지원을 해주고 주목을 받는 국가로 성장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송영관 KDI 연구위원=브랜드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무역 1조달러 가운데 절반 정도가 수출이다. 결국 글로벌 대기업이 있어서 가능했다. 삼성ㆍLGㆍ현대차ㆍ포스코 등 세계적 기업들 덕이다. 브랜드화가 되는 것이 결코 쉬운 게 아니다. 그런 기업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본다. ▦오 부사장=대기업이 그런 성과를 내기까지는 서플라이 체인에 있는 중소기업의 역할도 컸다. 중소기업들이 전략적인 트랙에서 상당한 역할을 한 부분도 있다. 중소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30%를 담당하고 있지만 서플라이 체인을 감안한다면 중소기업의 역할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회=대기업ㆍ중소기업 공히 시장 확대가 필요하다. 신흥시장으로 가서 한국 무역의 영토를 넓혀야 하지 않을까. ▦김 본부장=사실 지금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FTA가 발효됐음에도 불구하고 활용률이 떨어진다. 지금은 달라지고 있지만 베트남을 빼놓고는 일본이 장악했다. 아세안 중에서도 인도네시아ㆍ베트남ㆍ필리핀 등은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공적개발원조(ODA)라든지 성장개발 모델 공유 등을 통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실제 이들 국가 중 한 국가는 향후 7개년 경제계획을 짜고 있는데 우리에게 디테일한 부분까지 공유하고 있다. 중남미ㆍ브라질ㆍ아프리카ㆍ나이지리아 등도 눈여겨봐야 한다. ▦오 부사장=신흥시장은 선진국보다 규모가 크지 않다. 시장을 세밀하게 쪼개 정확한 시장을 찾아서 들어가야 한다.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큰 신흥시장, 이를테면 인도ㆍ브라질 등을 장기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는 현지화를 할 수밖에 없다. 또 기업들은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신흥시장을 꼭 장소로 구분할 필요는 없다. 예컨대 일본도 신흥시장이 될 수 있다. 과거 일본은 열리지 않는 시장이었다. 하지만 지진 등의 자연재해 이후 한국 쪽으로 구매선을 돌리거나 한국과 협력하려는 분위기가 확산이 되고 있다. 소비재 쪽에서도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시장도 신흥시장이 될 수 있다. ▦송 연구위원=인구의 증가, GDP의 상승 추이 등을 봤을 때 향후 10년 후에는 신흥시장이 굉장히 커질 것이다. 신흥시장마다 특성이 있다. 중국 다르고 아프리카 다르다. 중남미는 또 다르다. 어떤 제품을 여기에 팔 수 있을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현대차와 LG 등은 자동차와 가전제품을 이미 중남미에 많이 팔고 있다. 하지만 중국 내수시장에는 진출을 많이 못하고 있다. 소비재 진출이 많지 않다. 어떤 제품을 팔지 고민해야 한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해외진출에 대한 중소기업의 사고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대기업은 해외투자를 할 때 동반진출을 원한다. 예컨대 브라질은 제조업 기반이 약해 제품의 질이 형편없다. 이때 중소기업이 같이 가서 제품을 만들어주면 유리하다. 중소기업분들과 견학 가서 현지를 둘러본 후 같이 가자고 하는데 끝내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불안한 거다. 다시 말해 현 상황을 향유하거나 안주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베트남은 동반진출이 확대되고 있기는 한데 중소기업들도 좀 더 적극적으로 해외로 나갈 필요가 있다. ▦사회=무역 2조달러 시대로 나아가려면 FTA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송 연구위원=확실한 것은 FTA는 정책 수단이지 그것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어떤 목적이냐 하면 한국 경제의 고도화다. 한국이 다음 단계로 도약해야 하는 것은 지식기반 경제다.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가 지식경제기반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IMF 때 구조조정을 통해 대기업이 강해졌다. 현재 중소기업들의 생산성은 대기업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한계산업들이 정리돼야 한다. 하지만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지점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정책이 같이 가줘야 한다. 농어촌을 살펴보자. 이들 산업을 지난 30~40년간 보호해왔는데 성과가 어땠나. 낙후된 성과를 계속 보호하면서 가기는 힘들다. 노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무역정책을 쓰는 게 타당한가. 차라리 소득보전정책이 바람직하지 않나. 피해가 일반 소비자들에게 간다. ▦김 연구위원=FTA 시대에는 특정 산업을 보호하기보다 소득과 시장을 분리하는 게 핵심이다. 농촌의 고령자가 연금을 불입하지 않았어도 농촌 연금. 고령자 연금 등을 주면 FTA 피해보전 등에 드는 막대한 예산을 안 들여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재래농업에서 벗어난 고부가가치 농작물을 재배하도록 해 수출형 농업으로 바꾸는 것이 FTA를 통해 처음 의도했던 우리 경제의 선진화 모형이 아니겠나. ▦오 부사장=우리는 FTA를 통해 거대 시장 두 곳을 틀 안에 집어넣었다.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일본은 우리를 부러워한다. 일본ㆍ중국과도 결국 어떤 형태로든 FTA를 만들어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깊이는 조절돼야 할 것이다. 대만 기업은 중국에 굉장히 빠른 속도로 들어가고 있다. 중국이 내수를 확대해나가려고 하는데 빨리 대응하지 않으면 중국 시장을 다 잃어버린다. 중국 시장 관리 차원에서도 중국과의 FTA는 가속화해야 한다. ▦김 연구위원=효과를 생각하면 한중 FTA보다는 한중일 FTA가 돼야 한다. 우리는 일본에서 자본재를 사오고 우리가 기술력을 덧붙이는 경우가 많다. 한중 FTA만 맺으면 일본에서 들어온 부가가치는 역외가 된다. 한중일 FTA가 이상적이다. 하지만 일본은 소극적이다. 정치권의 의지인 듯도 싶다. 통상담당자들을 만나보면 아주 사소한 것으로도 트집을 많이 잡는다. ▦송 연구위원=‘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 한다. 한중 FTA는 우리에게는 큰 기회다. 중국의 15억 인구 가운데 중산층이 10%만 돼도 우리 인구의 3배다. 한중일 FTA를 맺어 세 나라가 한 시장으로 통합한다면 어마어마할 수 있다. EU 이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 연구위원=한중 FTA의 큰 장애는 일반적인 체결국 수준의 비관세 철폐, 불공정 행위 금지 등의 국제적 기준을 중국이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느냐는 점이다. 중국은 아직 그 단계까지는 아닌 것 같다. 그런 부분을 고민해봐야 한다. ▦사회= 무역 2조달러 시대로 가려면 서비스산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송 연구위원=서비스수지 중 규모가 큰 게 관광이다. 중국인 관광객을 많이 끌어당길 필요가 있을 텐데 숙박 부문이 중요하다. 규제 때문에 괜찮은 숙박시설이 많지 않은 것 같다. 또 하나 가능한 게 사업서비스 부문에서의 게임일 것이다. 게임을 잘 활용하면 교육적 효과가 크고 양질의 고용창출도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는 셧다운제 등 규제 일변도다. 그 외에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이 크고 있다. 중국과 기업 대 기업 간 거래(B2B)가 가능하다면 그것도 큰 시장이 될 것이다. ▦김 연구위원=한미 FTA로 의료ㆍ법률 등 그동안 진입장벽이 높았던 서비스 분야가 열리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그 분야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경쟁력이 강화되면 중국에서도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중국은 제도적으로 오히려 법률시장이 개방돼 있는데 현실적으로는 컨설팅 서비스조차도 우리나라 업체나 사람이 못하고 있다. 변호사 몸값이 싸지고 경쟁력이 강화되면 중국ㆍ동남아ㆍ아프리카까지 법률서비스 영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김 본부장=물류ㆍ관광ㆍ의료 등 이런 것도 중요한데 제조업에 추가되는 서비스산업이야말로 우리가 중점을 둬야 한다. 이를테면 아이폰도 서비스산업의 한 분야가 될 수 있다. 문제는 기계를 통해 어떤 서비스를 연계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제조업 기반이 없는 서비스는 무너진다. ▦오 부사장=서비스라고 할 때는 흔히 법률ㆍ금융 등을 생각하는데 제조업이 아닌 부분의 통칭으로 보면 도시건설 등의 분야에서 한국의 경쟁력이 좋다. 예컨대 베트남에 도시건설을 한다면 컨설팅이 서비스다. 다음이 운영 부문이다. 기획하는 부문에서 경쟁력 있는 업체들이 나가 있다. 한국은 이런 시스템 분야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이런 분야가 더 강화돼야 할 것이다.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진출도 확대돼야 한다. 브랜드와 비즈니스 모델, 노하우 등을 수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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