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앨라배마의 ‘현대 大路’

미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공항에 내려 고속도로를 달리면 “현대자동차, 감사합니다”라는 대형 한글 간판을 만난다. 공장건설 현장 입구에 들어서면 길 이름이 `현대 대로`다. 미국 남부주 알라배마는 주력산업인 섬유산업이 사양길에 들어서면서 실업률이 높아졌고,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서는 공장을 유치해야 할 형편이었다. 그러던 중에 한국 기업이 대형 자동차 공장을 짓기로 하자, 주와 시 정부가 하나가 돼서 도와줄 것을 찾고 있다. 현대 공장에 2,000명, 부품회사 직원 4,000명을 합치면 6,000명의 일자리가 새로 생기는 일이다. 앨라배마주는 여의도의 두배에 해당하는 210만평의 땅을 현대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고, 이를 위해 주 헌법까지 개정했다. 공장 짓고 남은 땅을 현대가 팔아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의 혜택을 준 것이다. 몽고메리 시장은 아예 현대 그랜저를 사서 몰고 다니며 호의를 베풀고 있다. 현대는 1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인데, 앨라배마주가 베푼 혜택은 무려 2억5,000만 달러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공장을 연결하는 진입로와 철도도 건설해주고, 멕시코만의 모빌항을 확대, 자동차 전용선이 접안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관세와 판매세를 깎아주고, 공장 건설후 필요한 인력 양성까지 주정부에서 맡고 있다. 몽고메리시는 시 직원 두명을 현대에 파견했고, 그들은 현대 가족들의 이름을 줄줄이 외우며 편의를 보아주고 있다. 현대가 이 한적한 농촌마을에 공장을 세우기로 한 것은 현지 정부의 막대한 특혜 때문만은 아니다. 켄터키주와 미시시피주가 경합한 가운데 앨라배마를 최종 선택한 배경에는 노조가 없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앨라배마주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고향이자, 남북전쟁과 1950년대 민권운동의 진앙지로 유명하지만, 노조 조직률이 극히 낮다. 노조를 하다가 국제경쟁력을 잃고 섬유회사들이 망한 것을 그들은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조흥은행 노조의 요구를 전폭 수용하면서 파업을 타결한데 대해 국제금융시장의 시선은 따갑다. 최근 뉴욕에서 여러 차례 열린 한국 경제설명회에서 투자자들은 노동운동이 격화되고 있는 점을 주요 이슈로 다루었다. 군사력, 경제력으로 세계 최강국인 미국도 해외자본 유치를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는데, 한국은 들어올 외국기업마저 쫓아내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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