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회사들이 '따뜻한 금융'을 경영의 모토로 삼고 있지만 이 부분에서는 아무래도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앞선다. 물론 내용 면에서는 국내 금융회사와 큰 차이가 없다. 교육사업이나 취약계층 지원, 환경보호, 사회봉사활동 등.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질적인 면이나 방대함은 물론 섬세함 등에서는 차이가 금세 드러난다. 더욱이 사회봉사의 단계를 넘어 사회공헌활동을 은행의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하는 전략 등에서는 차이가 확연하다.
상당수 해외 금융기업들은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한다. 빈곤을 개선하기 위해 미래세대 교육을 강화하거나 장학금 등 금전적 지원보다는 교육여건의 근본적인 개선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미래 금융고객인 학생들에 대한 교육도 뒤따른다. 예컨대 HSBC는 기부금 가운데 45%(2009년 기준)를 교육에 사용하고 있다. 아프리카계 대학생을 대상으로 금융과 신용교육을 진행하는 '유어퓨처카운트(YourFutureCounts)'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웰스파고은행도 기부금 가운데 32%(2008년 기준)를 교육 프로그램에 지원하고 있는데 어린이들에게 가상현실체험을 통해 경제적인 지식습득을 돕는 온라인 게임을 꼽을 수 있다. ABN암로 역시 재단을 통한 기부금으로 저소득 지역민의 기술 및 교육습득에 초점을 두고 있다.
환경에 대한 사회공헌도 빼놓을 수 없다. 환경 부문의 사회공헌활동을 영업전략으로 이어가기도 한다. 녹색금융의 걸음마를 떼고 있는 국내 금융에 비해 월등히 앞서가는 부분이다. 씨티그룹은 지난 2002년부터 환경과 관련된 영업활동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2007년에는 10년간 기후변화와 관련된 금융사업에 총 500만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하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JP모건도 환경유해사업자의 탄소를 줄이기 위한 컨설팅사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환경 관련 연구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상황.
지역사회 발전을 돕는 조직적인 활동을 펼치는 것도 눈에 띈다. 직접적인 자금지원보다는 간접적으로 지역사회의 경제여건 개선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게 특징이다. 호주 최대 은행인 웨스트펙은 지역사회 투자를 사회책임경영의 중요 요소로 꼽았다. 임직원들이 비정부기구(NGO)와 함께 사회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를 위한 휴가(Community Leave)' 제도를 운영하는 것을 비롯해 지역사회 파트너제도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또 지역경제와 지역기업의 경영개선을 지원하는 워크숍 개최, 지역주민의 금전관리능력 함양을 위한 파이낸셜 퍼스트스텝(Financial FirstStep) 등은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섬세한 면에서도 차이가 난다. 일본의 미즈호은행이 대표적. 미즈호는 하트풀프로젝트(Heartful Project)에 따라 2005년 4월부터 연령ㆍ성별ㆍ장애 여부에 관계없이 누구든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점포ㆍ설비ㆍ기기류)는 물론 소프트웨어(고객서류ㆍ인터넷콘텐츠), 고객응대(직원교육, 업무 매뉴얼) 등을 모두 바꿨다. 예를 들어 바닥의 돌출부를 없애거나 바닥에 점자블록을 만들고 시각장애인도 사용 가능한 현금입출금기(ATM) 설치, 창구에 필담(筆談)용 화이트보드 구비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 은행권에서는 장벽제거 하면 '미즈호'가 연상될 정도로 이미지를 바꾸는 데 성공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철균기자